박상병 정치평론가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채롭다. 당 사무처 말단 직원에서 대표까지 오른 것은 우리 정당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그리고 지역주의 정치로 구조화된 우리 정치 현실에서 새누리당이 호남 출신의 당 대표를 선출한 것도 처음이다. 이래저래 정치적 스토리가 풍부하다. 이 대표의 정치 역정을 보면 새누리당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어떤 역동성마저 느껴진다. 그의 최대 강점이라 하겠다.

반면에 “그렇게도 인물이 없나” 하는 얘기가 곳곳에서 들린다. 대선정국을 관리해야 할 집권당 대표로서의 역량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스스로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를 ‘내시(內侍)’라고 규정했던 사람이다. 당청관계가 어떻게 될지는 이미 답이 나온 셈이다. 새로 선출된 최고위원들도 강석호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친박계로 분류된다. 신임 새누리당 지도부가 사실상 친박계로 천하통일을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다

새누리당 ‘8.9전대’는 명백하게 친박계의 완승이다. 반대로 후보단일화까지 이뤄가며 여론에 호소했던 비박계는 거의 존재감조차 보여주질 못했다. 특히 민심행보에 나섰던 김무성 전 대표까지 적극적으로 비박계를 지원했지만 참패하고 말았다. 이정현과 친박의 부활 이면에는 사실상 몰락의 길을 가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와 비박계의 비명소리가 가득하다. 김무성 전 대표 측은 후보 전략부터 선거운동까지 뭐 하나 제대로 손에 잡히는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저 후보단일화 효과가 극대화 되고 친박계에 대한 심판이 내려지길 바라는 정도가 아니었나 싶다.

당장 대선 행보를 본격화할 채비를 갖추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 측이 바빠졌다. 이대로 가면 자칫 이정현 대표와 친박계의 들러리 신세를 면치 못할 수도 있음을 잘 알 것이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생각보다 강하다. 여기에 더해서 집권당까지 큰 부담 없이 관리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김무성 전 대표는 사실상 사면초가에 빠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됐는지 통렬한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그러나 정치는 생물이라고 했다.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비주류가 이쯤에서 끝났다고 보는 것은 섣부른 예단이다. 얼마든지 기회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이번 새 지도부는 당심의 결과일지언정 민심과는 거리가 멀다. 총선이 끝난 지 불과 넉 달 만에 다시 친박계가 당권을 장악한 것을 국민이 과연 곱게 볼 것인가. ‘친박의, 친박에 의한, 친박을 위한 정치’는 그리 오래 가기 어렵다. ‘친박 패권정치’로 내년 대선정국을 관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오만 아니면 착각일 뿐이다. 그렇다면 ‘친박 패권정치 이후의 김무성’을 고민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전혀 새로운 결과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정현과 김무성의 싸움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어쩌면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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