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다시 손학규 더민주 전 상임고문이 정치권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가시화되고 있는 대선정국에서 손학규의 존재가 적잖은 변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손 전 고문도 정치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두어 차례 적절한 타이밍도, 대의명분도 놓친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정치 재개에 대한 그의 심사숙고는 깊어 보인다. 민심과 정치적 책무에 비교적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던 그이기에 정치 재개의 수순마저 민심과 다를 수는 없을 것이다. 

 

정치권 새판짜기는 유효하다 

손학규 전 고문은 최근 주변 인사들에게 ‘정치권 새판짜기’가 필요하다며 정치 재개의 밑그림을 제시한 적이 있다. 기존의 낡은 정치질서를 재편하고 비생산적인 현행 정당체제를 혁신하는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권 전반의 ‘새판짜기’, 즉 ‘새로운 패러다임’이 불가피하다는 뜻으로 들린다. 적절한 분석이다. 지금의 우리 정치권은 민생을 위한 디딤돌이 아니라 오히려 걸림돌이 된 지 오래다. 더욱이 국론통합과 정치발전의 매개체가 아니라 국론분열과 정치실종의 주범이 돼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까지 이대로 갈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정치권 새판짜기를 어떻게 할 것인지의 ‘방법론’에 주목해야 한다. 구호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민주화 이후 정치권 안팎에서 수차례 새판짜기를 시도했지만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인적 자원과 구체적 로드맵, 시대정신과 탁월한 정책비전 그리고 치밀한 전략 없이는 어렵다. 여기에 적절한 정치환경과 국민적 지지까지 뒷받침 돼야 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좀 다르다. 손학규 전 고문이 꿈꾸는 새판짜기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모처럼만에 주어진 결정적인 타이밍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단적으로 기성 정치권에 실망하고 절망한 국민이 너무 많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 돌풍의 배경이 그것이다. 그 국민의당이 지금 건재하고 있다. 그리고 정치권 새판짜기의 완성은 정권교체 없이는 어렵다. 다행히도 과거 어느 때보다 지금이 정권교체에 대한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치권 새판짜기를 단계적으로, 전략적으로 추진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뜻이다.

손학규 전 고문의 가장 큰 강점은 ‘진영 논리’에 발목이 잡혀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리고 ‘준비된’ 대선 후보로서의 이미지는 여전히 강력한 자산이다. 게다가 인지능력이 뛰어나고 민주평화와 민생회복의 시대적 가치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정치인이다. 그런 그가 정치 재개를 앞두고 있다. 정치권 밖으로 나와 ‘국민적 운동체’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강호의 인재를 모으고 국민적 비전도 창출해야 한다. 그 후에 시대정신을 함께하는 정치세력과 손잡고 대선정국에 뛰어든다면 정권교체의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소망하는 정치권 새판짜기의 꿈, 부디 ‘한여름밤의 꿈’으로 끝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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