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한국과 미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를 공식 발표했다. 그 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사드 도입을 결정하고, 또 곧바로 경북 성주에 배치키로 한 것은 마치 군사작전을 보듯 일방적이고 전격적이다. 사드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 득과 실은 무엇인지 그리고 정말로 전략적 효용성이 있는 것인지도 우리는 제대로 따져보질 못했다. 아니 안보상의 이유로 따지는 것 자체부터 사실상 금기시 돼버렸다. 군 당국이 판단하고 정부가 결정했으니 국민은 그저 믿고 따라 달라는 얘기뿐이다. 국민주권을 표방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드가 일개 포병중대라니?

지난 12일 국회 예산결산특위에 출석한 한민구 국방장관은 사드 배치에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는 야당 의원들의 주장에 단호한 어조로 반대했다. 한 장관은 “사드를 너무 거창하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만 이것은 일개 포병중대입니다”라고 답변했다. 이것이 핵심이다. 사드 배치를 결정한 정부 당국의 인식 수준이 이런 정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한민구 장관의 말대로 사드 배치가 고작 포병중대 하나를 배치하는 수준이라면 국회 비준 동의 요구는 과잉이다. 그리고 혈서까지 쓰면서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성주 군민들의 언행도 적절치 못하다. 게다가 시진핑 주석까지 나서서 반대하는 중국은 또 뭐란 말인가. 일개 포병중대 배치에 나라 안팎으로 이렇게 난리법석이란 말인가. 결론은 간단하다. 군 당국이 뭔가 내용을 모르거나 또는 축소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는 점이다.

사드 배치는 군사 문제를 넘어 외교와 남북관계 그리고 경제 문제까지 포괄하고 있는 총체적 거대 담론이다. 그럼에도 일개 포병중대를 배치하는 정도로 평가하는 정부 당국의 인식 수준이 참으로 안타깝다. 최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우리는 중국 및 러시아 등과 손잡고 사상 최강의 대북 압박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사드 배치로 인해 앞으로는 큰 기대를 하기 어렵게 돼 버렸다. 그동안 쌓아왔던 외교적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오히려 남북을 중심으로 신 냉전질서가 더 심화될 것이며 소모적인 무기경쟁도 더 가속화 될 수 있다. 물론 그 비용은 우리 국민의 몫이다. 이게 일개 포병중대의 문제란 말인가.

외교적 비용도 문제지만 경제 비용은 더 엄청날 것이다. 당장 중국과 러시아의 대응을 외면할 수 없게 됐다. 사드 배치에 강경하게 반대하던 중국과 러시아가 그냥 구경만 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과의 신뢰와 대북공조는 큰 상처가 나버렸다. 그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우리가 감내할 몫이다. 사드가 뭐길래 우리가 이렇게까지 해야 한다는 말인가. 지금까지의 외교적, 경제적 성과를 단박에 엎어버린 사드 배치, 미국과 일본은 지금쯤 얼마나 웃고 있겠는가. 그들 틈에서 덩달아 미소를 짓고 있을 국내 강경 보수세력의 오만과 탐욕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우리는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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