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차관급인 현직 검사장이 비리 혐의로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게다가 단순한 비리 혐의로 표현하기가 민망할 만큼 혐의 내용을 보면 죄질이 몹시 나쁘다. 이런 인물이 어떻게 그동안 별 탈 없이 승진하고 청와대 인사검증까지 거쳐 검사장까지 승진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하기야 인사 검증인들 제대로 했겠느냐는 생각도 든다. 친구 사이 또는 선후배 사이의 정이 돈독한데 무슨 검증이겠는가. 설사 문제가 있다 한들 탈이 안 날 가능성이 높고, 혹 재수가 없어 탈이 난들 인사검증의 제도 미비로 둘러대면 될 일이다. 지금까지 대체로 그렇게 해 왔고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진경준 전 검사장의 비리 혐의는 한마디로 검찰 권력의 ‘막장’을 보여주고 있다. 아주 일부이긴 하지만 통제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이 막장으로 가면 어디까지 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 검찰 앞에서 무슨 정의니 양심이니 하는 말은 차라리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국민이 준 검찰 권력을 쥐고 사익을 위해 온갖 짓을 해댄다면 이미 검찰이 아니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제어하거나 어디서도 견제 받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승승장구했다면 이것이 온전한 나라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겠는가.

검찰개혁은 벌써 20여년째 똑같은 얘기만 반복되고 있다. 핵심은 빼고 개혁 시늉만 내다보니 검찰 개혁은 매번 맹탕 수준이다. 오죽 했으면 대검 중수부까지 폐지하는 특단의 대책을 내놨지만 여기서도 핵심은 빠졌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 권력을 견제하고 그 비리를 상시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상설기구를 만드는 일이다. 검찰 내 비리 혐의가 포착되면 곧바로 검찰 밖의 독립기구에서 수사에 착수케 하는 것이다. 최근 거론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가 바로 그것이다.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일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지난 19일 원내대표 간 협의를 통해 공수처 신설법 추진에 공조하기로 합의했다. 정의당도 가세하고 있다. 이르면 내주 초에 발의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많이 늦긴 했지만 야권이 힘을 모은다면 공수처 신설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소야대를 만들어 준 국민의 성원에 보답할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그동안 공수처 신설에 완강하게 반대했던 새누리당에서도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정병국, 김용태 의원 등의 당권 주자들과 비주류 측에서도 공수처 신설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만큼은 끝장을 내야 한다. 친박계의 반발, 검찰의 저항에 또 굴복한다면 이젠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 땅에 떨어진 검찰 권력을 이대로 둘 수는 없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고 했다.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이 그 어떤 견제도 받지 않는다면 결국 국민의 피눈물을 짜내는 ‘괴물’이 되고 만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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