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

 

소심한 아이는 내면에 불안과 두려움이 많다. 그리고 대개 그러한 불안과 두려움의 내용은 다른 사람의 평가에 대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아이들은 또래 관계를 잘 맺지 못하고, 선생님에게도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알고 있는 내용도 남들 앞에서 표현할 때는 우물쭈물하거나 당황하여 얘기를 잘 못하게 되므로 자신의 실제 능력보다 학습 능력이 낮게 평가된다. 소심한 아이는 또한 실패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새로운 상황,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다. 아이는 환경의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며 늘 같은 방식으로 행동하려고 한다.

소심함의 근원은 사실 부모로부터의 비난이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잘 한 것과 잘못한 것에 대한 개념이 생겨나게 되는데, 그 기준은 부모로부터의 영향이 크다. 아이가 흔히 할 수 있는 별 것 아닌 행동도 부모는 아이에게 예의가 없다거나 버릇이 없다거나 행동을 잘못하고 있다는 등의 지적을 여러 번 했다면, 아이는 자신에 대해서 부끄러움을 가지게 되고 매사 소심해지게 된다. 또한 아이의 주변 환경을 지나치게 위협적으로 인식시키는 부모가 있다. 집 밖에는 나쁜 어른들이 아이를 유괴할 수 있고, 도로 위의 자동차가 아이를 덮칠 수 있으며, 집 밖의 음식을 먹으면 배탈이 난다는 등의 이야기를 강조하다 보면, 아이는 어느새 세상에 대해서 늘 움츠리는 자세를 갖게끔 된다.

개선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부끄러움 또는 두려움의 대상, 목록을 작성하여 정말 그것이 부끄러워하거나 두려워할 만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본다. 그리고 쉬운 것부터 단계적으로 노출시키며 극복을 시도해 본다. 둘째, 부모는 아이에게 비난보다는 칭찬을 많이 해 준다. 그러기 위해서는 칭찬할 거리를 많이 만들어 주어야 한다. 객관적으로 보기에는 그다지 칭찬해 줄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어도 칭찬을 해 준다. “잘 했어” “좋아”라는 말을 아이의 행동이나 말 뒤에 늘 해 준다. 아이가 잘못한 경우라고 판단되면 야단치거나 비난하지 말고, “잘 안되었구나!”라고 위로해 주고 다음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격려해 준다. 셋째, 전에는 부끄러워서 잘 하지 못했던 일(가령 남들 앞에서 책을 읽는 일 등)에 대해서 부모가 차근차근 해결 방법을 가르쳐 주고 부모와 함께 예행연습을 한다. 이 때 아이가 한 번에 잘 수행하지 못하더라도 절대 비난하지 말고, 천천히 익힐 수 있도록 격려한다. 넷째, 소심함 자체가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고 건강한 소심함도 있음을 아이에게 설명해 준다. 부끄러움을 어느 정도 타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선한 인상을 줄 수 있음을 알게 해 준다. 즉, 아이 스스로 부끄러움을 잘 타는 자신의 소심한 성격에 대해서 지나치게 자기를 비하하지 않게끔 해 준다. 다섯째, 결과에 대한 예측을 해 보게 하여 아이가 주로 실패할 것을 예상한다면 그것이 얼마나 잘못되고 비합리적인 생각임을 일깨워 준다. 또한 결과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얘기해 준다. 여섯째, “너는 왜 남자답지 못하냐?” “겁쟁이” 등의 아이를 비난하는 표현은 아이의 자존감을 더욱 떨어뜨려 오히려 문제가 더 악화된다. 일곱째, 아이가 혼자 성취하기 힘든 일이나 과제에서는 부모가 도와주는 중간단계를 거친 후 아이 스스로 완성하게끔 해 준다. 아이가 성취감을 느끼게 되어 향후 비슷한 일에 대해 적극성을 가질 수 있다.

소심한 아이에게 유용한 놀이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병원 놀이 세트’ 등의 ‘역할연극(role play)’을 하면 좋다. 엄마는 배 아프다고 떼굴떼굴 구르면서 아이에게 배를 내민다. “의사 선생님! 배가 아파요! 빨리 고쳐 주세요!” 아이는 잘난 척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의사의 목소리를 흉내 낼 것이다. 그리고 처방도 내리면서 주사를 놓는 시늉을 할 것이다. “고맙습니다. 이제 다 나았어요. 훌륭한 선생님이에요!” 부모의 감탄에 아이는 우쭐해질 것이다. 능동적인 역할의 경험을 하는 것이다. 이제 바꾸어서도 해 보자. 상대방의 역할을 이해할 뿐더러 서로의 입장에 대해서 경험해 보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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