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비타민] 가족력(家族力)은 정신질환을 예방하고 낫게 한다!
[건강비타민] 가족력(家族力)은 정신질환을 예방하고 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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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

 

가족력(家族歷)은 가족 내 질병의 내력을 말한다. 가족력의 의미는 이러한 가족 내 특정 질환의 유무를 알아내어 환자의 진단, 치료, 예후의 결정에 활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가족력(家族力)이라는 또 다른 개념이 도입돼서 임상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가족력이란 말 그대로 가족의 힘이다. 가족의 힘이란 서로의 사랑과 격려를 말한다고 할 수 있다. 가족력을 통해서 여러 가지 난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데, 정신 건강의 유지 및 치료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가족력이 가족의 재력 등 물질적인 측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으므로 정신과 영역에서의 가족력의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필자가 경험했던 다음의 임상 장면을 예로 들어 보자. 첫 번째 사례다. 30대 후반의 가정주부 A씨는 20대 시절부터 우울증과 사회공포증 증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다. 또한 친정아버지 역시 우울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했었고, 약물 과다 복용에 의한 한 차례의 자살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 현재 열 살배기 아들이 있는데 최근 또래들로부터 놀림을 받아서 눈물을 흘리고 학교를 가기 싫어하는 문제로 병원을 방문했다. 학교 적응 과정에서 일어났던 일인데, 부모는 너무 놀라서 찾아온 것이었다. 여기에는 집안의 우울증 가족력이 한몫 했다. 즉, 외할아버지와 엄마처럼 아이가 우울증에 걸리지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이 컸던 것이다.

따라서 아이가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도 부모의 태도는 매우 헌신적이었다. 우선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병원 치료를 열심히 받았고, 부모의 대응 방법이나 해 줘야 할 일에 대한 조언들을 빼놓지 않고 실천했다. 기본적으로 아이의 증상이 더 발전하지 않도록 열심히 아이의 말을 들어 주고,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 주려고 힘썼다. 가족력(家族歷)이 가족력(家族力)으로 발전하는 순간이었다. 만일 아이가 어려움을 호소했을 때 부모가 귀 기울이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면 어땠을까. 아마 심각한 ‘소아 우울증’으로 발전했을 것이다. 아이는 보다 더 경미한 ‘우울한 기분을 동반한 적응장애’ 정도의 수준에서 치료를 받고 정상적인 학교생활로 돌아갔다.

두 번째 사례다. 50대 초반의 가정주부 B씨는 최근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불안해지고, 잠도 잘 오지 않으면서 식욕도 떨어지는 등의 증상을 갖고서 필자를 방문했다. 전형적인 우울증 증상이었다. 직접적인 유발 요인은 갑작스런 남편의 퇴직이었다. 전문의와의 상담을 하는 도중에 B씨는 어린 시절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났던 것에 대한 분노와 좌절감을 표현했다. B씨의 아버지는 경제적으로 무능해서 거의 실직 상태였고, 어머니가 대신 돈을 벌면서 부모 간의 갈등과 다툼이 늘 일어났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세 자매 중의 맏이였던 B씨는 늘 어머니의 넋두리 대상이었다. 그러나 B씨는 어른이 돼서 자신의 부모처럼 되지 않기 위해 자녀를 사랑하는 것에 힘썼고, 남편과의 사이도 원만하게 잘 지냈다. 그러던 차에 남편의 퇴직이 어린 시절 불행했던 자신의 가정처럼 될 것 같은 공포심을 촉발한 것이다. 그러나 남편과 자녀들은 이러한 B씨의 성장 배경을 잘 이해하면서 그녀를 안심시켰고, 더욱 더 단합되고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러한 가족의 힘에 의해서 B씨는 빠른 속도로 우울증에서 회복됐고, 남편 역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해서 원래의 튼튼한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 두 가지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가족의 힘은 정신질환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데 엄청난 공헌을 한다. 가족 중에 누군가 우울증을 앓았다면, 그는 누구보다도 더 우울증의 증상에 대해서 잘 알고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가족력(家族歷)이 가족력(家族力)으로 된다. 가족 중에 누군가 우울증이 생긴다면 가족력(家族力)에 의해서 치료의 경과를 보다 더 빠르게 할 수 있고, 향후 재발의 방지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가족력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또한 가족의 힘은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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