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

 

우리 아이가 혼자 노는 모습을 보일 때 많은 부모들은 향후 아이의 사회성을 걱정하면서 마음이 편치 않다. 내성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아이는 외향적인 성격의 아이와는 다르게 수줍음을 많이 타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며, 여러 명이 아닌 한두 명의 친구를 사귀고자 한다. 친구에게 먼저 다가서는 경우가 별로 없고, 적극적으로 친구를 만들려고 하지도 않기 때문에 혼자 노는 경우가 많다. 친구가 다가오면 받아주면서 함께 놀 수 있지만, 혼자 노는 상황에 대해서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친구들과 놀 때도 조용한 활동을 좋아하므로 별로 적극적으로 어울리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혼자서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퍼즐을 맞추는 등의 놀이를 선호한다.

아이의 내성적 성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부모의 태도가 중요하다. 외향적이지 못한 것에 대해서 비난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아이의 성격을 스스로 열등하게 여기지 않게끔 하라. 그러면서 점차 조금씩의 변화를 시도한다. 아이에게 친구 사귈 때의 기쁨에 대해서 알려주고, 친구들에 대해서 자주 물어보며, 친구를 집으로 초대하게끔 해본다. 비슷한 성격의 아이들끼리 잘 어울릴 수 있으므로 부모는 그러한 친구를 잘 파악하여 아이와 함께 노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부모 스스로도 이웃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대하고, 잘 어울리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아이가 자연스레 부모를 보고 배우게끔 하는 것이다.

친구를 사귀는 기술이 부족한 아이도 있다. 즉 친구와 함께 놀고 싶은 마음이 매우 크지만, 막상 친구들과 어울릴 때 사귀기 기술이 부족하여 결국 친구들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기술 부족의 내용은 매우 다양하다. 자기중심성이 강하여 무엇이든지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하거나, 친구들에게 자꾸 무엇인가를 지시하고 시키려고 하거나, 친구들에게 가까이 다가서고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과하여 과격한 몸짓(예: 격렬하게 꽉 껴안기, 친구의 팔을 세게 잡기 등)을 보이거나, 친구들과의 순서 지키기를 잘 하지 못하거나, 친구들을 무시하고 비하하는 언행을 보이거나, 지나치게 자기 자랑을 늘어놓거나, 경쟁심과 질투가 너무 강하거나, 화가 날 때 친구를 때리거나 욕하는 등이다.

친구가 다가설 때 호응을 보이지 않거나 친구의 질문에 대해서 적절한 대답을 하지 않는 것도 기술 부족 유형에 해당한다. 역할극이 매우 효과적이다. 즉 아이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고쳐나가기 위해서 연극의 형태를 가진 역할극을 활용한다. 부모가 친구의 역할을 하면서 가상적 상황을 만들어본다. 그런 다음에 거꾸로 아이가 친구의 역할을 하고, 부모가 아이의 역할을 하면서 올바른 대응 방법을 연습시켜 나가는 것이다.

아이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모습을 잘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서 반복되는 아이의 문제를 알게 될 것이다. 만일 아이가 친구들에게 무관심하다면? 친구들이 말을 걸어도 대답을 하지 않거나, 시선을 회피하거나, 눈 맞춤 자체를 잘 이루지 못하거나, 적절한 의사소통을 잘 이루지 못한다. 친구들의 관심 사항을 잘 공유하지 못하고, 아울러서 친구들의 느끼는 감정을 잘 파악하지 못한다. 오로지 자신이 흥미 있는 분야나 사물에 대해서 집착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반복적이거나 의례적인 행동을 보이곤 한다.

부모는 아이가 친구에게 관심을 갖게끔 지속적으로 유도한다. 친구의 이름을 물어보고, 친구에게 “안녕”이라고 말해볼 것을 권유하며, 친구의 인사에 눈을 맞추고 웃으면서 “안녕”이라고 응답할 것도 가르쳐 준다. 사촌형제자매나 이웃집 아이들과 자주 어울리게 해서 최대한 친구들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 본다. 아이를 챙겨줄 만한 의젓하고 착한 친구 한 명을 찾아본다. 평소 엄마가 아이와의 일대일 놀이 시간을 자주 가지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와 같이 상호작용의 기회를 늘려나가는 것이다. 부모가 적절한 도움을 제공한다면, 아이는 더 이상 혼자 노는 것을 고집하지 않을 것이다.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사회적 친교의 기쁨을 느끼는 자녀를 보는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기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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