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친박을 뜻하는 ‘원박’이 일반 용어로 등장한 지도 이미 오래다. 이제는 원박에서 가지치기해 분파된 호칭들이 여러 개로, 정치에 어지간히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이해하기 쉽지가 않다. 한마디로 ‘박’들의 풍년이다. 자칫하면 다음 총선 여당의 후보 예선전에서 ‘박’을 호칭하지 않는다면 명함을 못 낼 정도로 ‘박들의 전쟁’으로 예선전이 달궈질 기미로, 특히 새누리당의 전통적 텃밭인 대구·경북(TK)과 서울 강남구에서 그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서 기성·신인 정치인을 막론하고 ‘친박표 공천론’이 날이 갈수록 부각되면서 새누리당과 청와대 일각에서는 ‘진박(진짜 친박)과 칭박(자칭 친박)이 선별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선거철만 되면 비박계에서 칭박을 자처하는 정치인들이 나타나기 때문인데, 과거 박근혜 대통령이 당 비대위원장 시절에도 19대 총선 출마를 앞두고 ‘박’ 족보를 탈바꿈하거나 계보를 이탈한 철새 정치인이 많았다는 사실도 여당 내에서는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만하다.
진박도 박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들’ 발언 이후 ‘진짜 친박’에서 ‘진실한 친박’으로 대세가 바뀌었다. 진짜 친박보다는 ‘박심(朴心, 박 대통령 의중)’을 읽고 국가발전에 사심 없이 이바지하는 ‘진실한’ 정치인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정치 풍년을 맞이해 새누리당이 ‘박’ 풍년이어서 나쁠 리 없겠지만 그만큼 고단할 것인데, 여당은 20대 총선에서 국민신뢰를 받으려한다면 지금과 같은 친박 족보정치에 매몰되는 현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