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계만큼 복잡한 셈법을 갖고 있는 조직체는 드물 것이다. 이론과 실제면에서 정치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명목에서 중요한 민주주의적 가치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국민이 관심을 갖고 있음에도 적극 호응하지 않는 특색을 지닌다. 그러다보니 정치는 정치인들만의 전유물로 남기 일쑤인데, 여야의 대결 구조나 지도자급 정치인의 역량에 따라 정치의 장(場)이 이합집산 현상을 보이며 급변하게 마련이다. 안정화되지 않은 나라일수록 그 변화의 흐름은 심한 편으로 현실정치에 있어서는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이 공히 동병상련을 앓고 있는 형세다.

그런 와중에 당내 갈등이 심각한 쪽은 새정치연합의 사정인데, 심상치 않는 기류 변화의 중심에 안철수 의원이 서 있다. 한때는 대선 예비후보로서 신선한 정치의 길을 걸었던 그가 지난해 3월,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공동대표가 됐고 그 후 재보선 등에서 여당에게 참패당한 책임을 지고 공동대표직을 내려놓은 것은 국민신뢰를 받는 강력한 야당으로 거듭 태어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국민의 피부에 닿는 당 혁신을 주창했지만 문재인 대표와 친노세력의 벽에 막혀 실제적, 실용적 혁신의 길로 나아가지 못한 채 엉거주춤한 상태를 맞이하게 됐다.

그 길에서 많은 정치인과 일부 대중들은 매번 결정적인 순간에 경쟁 상대에게 양보하면서 한 발 물러선 안철수 의원에 대해 호감을 가지지 못했고, 대학교수 출신이라 정치적 쟁취의 결단력이 약하다는 평을 쏟아내고 있는 터에, 안 의원 자신도 몸담고 있는 제1야당의 강한 존재감을 되찾기 위한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가자 13일, 결국 탈당이라는 초강수를 두게 됐다.

특히 한 나라의 정치흐름을 좌지우지할 만큼 영향력이 큰 제1야당은 존재감이 강해야 하고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그 지향하는 바가 집권일진대 올바른 정치를 위한 방향타와 국민 호응을 잃고서는 정당성(正當性)이 없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야당의 대표격(代表格)이기도 한 안철수 의원이 새 정치 모색에 거듭 고심해 정당 변화를 통한 국민 신뢰회복에 방점을 맞췄다. 그가 선택한 길이 고난의 길이 될 수 있겠지만 정치가 국민을 위한 덕목이자 행동이라면 번영을 위한 길도 될 수 있을 것이니 향후 정치 행보(行步)는 국민을 염두에 두고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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