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웰다잉법’이라 불리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이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됐다. 회생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심폐소생술 등의 연명치료를 거부할 권리를 보장하고 품위있게 죽을 권리, 즉 소극적 안락사(Passive Euthanasia) 혹은 존엄사(尊嚴死)를 인정해 법제화한 것이다. 1997년 환자 보호자 뜻에 따라 연명치료를 중단했던 의료진이 살인방조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보라매병원 사건’ 이후 18년 만이다. 가족들이 식물인간 상태인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던 ‘세브란스 김 할머니 사건’ 후로는 6년 만이다. 법 시행은 호스피스 제도 보완기간을 감안해 2년 후로 규정했다.

법안에 따르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대상은 회생가능성이 없고, 질병의 원인을 치료하는 의료 행위에 반응하지 않으며, 급속도로 임종 단계에 접어든 임종기 환자라는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됐다. 그러나 법안 통과와 더불어 벌써부터 ‘죽음의 계급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종교계와 장애인단체 등에서는 연명치료 중단이 장애인·노숙자·빈민 등 사회 취약층에 집중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존엄사를 인정한 이번 법안에 말기환자에게 꼭 필요한 호스피스·완화의료 전문기관 지정 등 경제적 지원 조항이 없는 것은 미비점으로 지적됐다. 호스피스 간호란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연명치료 대신 가능한 편안하고 충만한 삶을 영위하도록 총체적인 돌봄(care)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난해 9월 기준 전국의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용병상은 883개로 전체 말기 암 환자의 약 12%만이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호스피스 병상이 부족하다는 말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다. 법안까지 통과된 만큼 그야말로 웰다잉을 위해선 정부차원의 호스피스 병상 확충안이 조속히 나와야 한다. 나아가 사회소외계층까지 고려한 호스피스 지원책도 남은 2년간 세심한 검토를 통해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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