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도해양수산과학원 민물고기연구소 ⓒ천지일보(뉴스천지)

동북아 기준, 연간 14조원 대규모 시장
미검증된 어종 수입으로 양만 어가 피해
대책수립에 적극적인 日… 한국은 미온적

[천지일보 전남=김미정 기자] 연간 14조원(동북아시아 기준)의 대규모 시장인 뱀장어 사업이 종묘인 실뱀장어 수급 불안으로 고사 위기까지 맞고 있어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이 시급한 것으로 전망된다.

뱀장어는 국내에서 양식하는 민물고기 중 유일하게 종묘를 포획해서 키우는 어종이다. 이에 해마다 잡히는 실뱀장어 양에 따라 종묘 값이 정해져 가격 차 변동이 심하다.

실제 지난 2012년과 2013년 국내 포획 실뱀장어가 수요보다 부족하자 우리나라와 동북아에 서식하는 극동산 뱀장어인 자포니카(japonica)종의 가격이 폭등, 유통업자들이 동남아산인 비콜라(bicolor)와 아프리카산인 모잠비카(mossambica) 실뱀장어를 유입해 양만 어가들이 입식했다.

그러나 대부분 실패해 큰 손해를 봤다는 점이 문제다. 이들이 입식한 동남아산(bicolor)과 아프리카산(mossambica)은 우리나라 기후와 맞지 않아 성장 및 생존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단지 극동산(1미당 7000여원)보다 동남아산·아프리카산(1미당 200~300원)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정부에서 공인한 연구기관의 권유가 아닌 ‘중국에서도 아프리카산을 잘 키우고 있다’는 유통업자들의 꼬임에 대부분 입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발생된 문제는 피해 보상도 받기 어렵다.

◆국내 양만 어가 시장 60%는 전남

전남도해양수산과학원 민물고기연구소(연구소, 소장 박준택)에 따르면 동북아에서 뱀장어 시장이 활발하게 형성된 곳은 중국, 일본, 대만, 한국이다.

연구소가 올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4개국에 한 해 식용으로 판매되는 뱀장어 성어는 연간 21만톤(㎏당 5만원)으로 약 10조원에 이르며, 종묘인 실뱀장어는 연간 210톤(㎏당 2000만원)으로 4조원에 이른다. 국내 양만장수도 10년 전에 비해 많이 증가했다.

2013년 기준으로 전국 뱀장어 양식어가(양만 어가)는 532개소, 면적으로는 196㏊에 이른다. 이 중 전남도에 291개소가 있고 면적이 123㏊에 이르러 전국의 62.7%를 차지, 양만 어장개수로는 54%를 차지한다. 전남도에 양만 어가가 집중해 있는 이유는 극동산 자포니카종이 따뜻한 기후에 잘 자라 전남도와 전북 고창 등의 따뜻한 기후가 적합하므로 난방비 등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요 증가로 가격↑, 대체종 수입↑

국내 양만 어가가 그동안 입식해 키운 실뱀장어는 우리나라 연안에서 잡히는 극동산 자포니카종이다. 그러나 양만 어가의 증가, 양식기술의 발달로 실뱀장어 수요가 늘자 국내에서 잡은 실뱀장어만으로는 수요를 따라잡을 수 없어 대체 어종으로 유럽산(anguilla)과 북미산(rostrata) 양식기술을 개발해 지난 2011년까지 수입해서 양식했다.

그러나 유럽산이 야생동식물 멸종위기종 거래에 관한 조약(CITES)에 따라 2013년부터 수입이 금지되면서 실뱀장어 가격이 지난 2012년에는 한 마리당 최고 7200원(2010년 한 마리당 1000원 미만)까지 폭등해 성어 가격까지 올라 소비가 급격히 감소, 양만 어가들의 피해가 컸다.

양만수협 실뱀장어 유통협회 자료에 따르면, 실제 국내에서 포획한 실뱀장어 양은 연간 양만 어가들에게 필요한 1만 2000㎏의 1/10도 안 된다. 이에 비해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이 밝힌 수입산 실뱀장어 현황을 보면, 대부분 양만 어가가 수입에 의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국내 포획 실뱀장어와 수입 실뱀장어의 연간 양 비교표 (자료출처: 양만수협 실뱀장어 유통협회,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천지일보(뉴스천지)

유럽산 수입이 금지되고 극동산 자포니카 가격까지 폭등하자 양만 어가들은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동남아산과 아프리카산을 수입, 입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양만수협 관계자인 김재홍씨와 심명호 한국민물장어생산자협회장은 “동남아산을 입식한 일부 양만 어가만 성공했을 뿐 아프리카산을 입식한 양만 어가는 성공한 곳이 단 한 곳도 없다”고 증언했다.

실제 기자가 취재한 결과 아프리카산을 입식해 양식했던 양만 어가 중 전남과 전북 지역 21곳을 방문, 전화해본 결과 성공한 곳이 단 한 곳도 없었으며, 대부분 아프리카산 입식 후 2개월이 지나면서 폐사하거나 1년이 다 되도록 성장하지 않아 수익성이 없고 종묘 값과 양식에 따른 사료와 운영비만 수억에서 수십억의 피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수입종마저 금지되면… 대책 시급

현재는 유럽산 뱀장어만 거래가 금지됐지만, 전남도해양수산과학원 민물고기연구소 박준택 소장은 ”자연 생태 보존을 위해 앞으로는 북미산과 극동산(한국, 중국, 대만, 일본에서 포획)도 거래 금지 어종으로 묶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일본, 중국, 대만, 유럽에서는 인공종묘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일본은 한국보다 뱀장어 양식이 훨씬 앞서 있음에도 안주하지 않고 인공종묘 생산과 기술개발, 어업인에 대한 양식 운영자금 지원, 산란기 어획 제재 등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이다.

▲ 뱀장어 양식에 사용되는 순환식 수조 ⓒ천지일보(뉴스천지)

또 중국과 대만도 극동산 뱀장어 외 여러 종을 도입해 양성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유럽 또한 인공종묘 생산과 기술개발 등 뱀장어 자원 고갈에 대처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연구 결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뒤처져있다. 지난 11년간 국립수산과학원이 연간 4억원을 투입했지만 6마리의 실뱀장어 생산이라는 미미한 결과를 낳았으며, 전남도해양수산과학연구원이 1년간 4000만원을 투입해 연구한 결과 ‘뱀장어 인위적 성숙유도 및 수정란 채란’ 성공이 전부다.

더군다나 국내 양만 어가 대부분이 과거 100평 규모의 수조에 종묘 10~20만 마리를 입식해 키우던 지주식 방식에서 10평 규모의 작은 수조에 종묘 5만 마리를 입식할 수 있는 순환식 방식으로 도입해 양만 어가 수도 급격히 증가했다. 이는 현재 뱀장어 값에 대한 유통업자들의 갑질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출혈 경쟁을 야기하는 흐름이어서 뱀장어 유통업계는 더욱 먹구름이 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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