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수많은 희생을 치르고도 사고가 발생한 한동안만 법석을 떨면서 반짝했지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잊어버리는 망각병이 드리워져있었다. 그 같은 내용이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안실련)에서 전국의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사회가 재난사고에 책임을 진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7.8%는 ‘책임지지 않는다’고 답변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 조사 결과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각종 재난, 질병 등 위험적 요소에 대해 국민이 느끼기에는 인명과 재산피해가 따르는 대형재난은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흔하게 발생한 점이고, 정부·지방자치단체 등 관리감독기관이 제대로 점검하지 못해 인재형(人災型) 사고가 일어났다고 하니 그런 경우일수록 국민 반감(反感)이 높아짐은 당연하다. 또한 사인(私人) 간 다툼이 이어질 때에는 피해자가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결국 안전관련 제도 미비에서 비롯되니 국민은 정부의 안전정책과 운영에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여전하다.
질병 취약도 마찬가지다. 메르스 사태라는 사회적 대(大)홍역을 치르고 나서 메르스 종식을 하겠다던 보건당국은 “계속해서 방역, 감시 및 주의 조치를 해나가겠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하지만 상황의 공식적인 종식 없이도 이제 메르스는 국민 기억에서 큰 울림이 되지 않고 있다. 그 사이에 다시 건국대 호흡기질환 집단 환자가 발생했지만 아직까지 원인균조차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상태다. 이래저래 질병 위협과 사회적 재난 발생으로 인해 사회전반으로 그 후유증이 쌓여가고 있는데 재난·질병에 취약한 우리 사회,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