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규시즌에서 88승을 거두고 10개팀 가운데 1위로 한국시리즈에 바로 진출한 삼성은 한국시리즈가 열리기 직전부터 먹구름이 일고 있었다. 다름 아닌 팀의 주축 투수 3명이 해외 불법 도박 혐의가 불거져 출전에서 제외되는 등 파문이 일어났던 것이다. 연루된 투수의 면면을 보면 14승 선발투수 윤성환과 올해 홀드왕 안지만, 마무리 투수인 임창용이니 그들의 막강한 힘이 올해 삼성팀이 정규시즌을 우승하게 된 원동력이 됐고, 이들 3인방의 그 빼어난 활약상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사상 처음으로 5연패(覇)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돌았다.
삼성은 일부 선수들의 정신적 해이로 전력에서 이탈돼 선수단에 황당함을 가져다준 반면, 두산은 믿기 힘든 기적을 계속 만들어 왔다. 한국시리즈가 열리기 직전까지만 해도 두산이 과연 올라올 수 있을지 의문시됐고, 준플레이오프 때부터 격돌해온지라 선수들의 체력도 문제가 됐다. 두산은 한국시리즈 우승은 전신 OB 시절을 포함해 통산 세 번째인데, 정상에 올랐던 해는 2001년이 마지막 해였으니 충분히 감격할 만하다.
두산은 한국시리즈 첫날 게임에서 1루수의 에러로 인해 삼성팀에 8대 9로 역전패를 당했다. 하지만 2차전에 나선 투수 니퍼트, 3차전 투수 장원준이나 4차전 중간투수 노경은은 신들린 듯 좋은 공을 뿌려댔고 삼성 타자들은 빈타에 허덕였다. 어디서 힘이 났는지 10월 31일 열린 5차전에서 더욱 강했으니 13대 2로 완승을 거두어냈다. 지난 4년 동안 패자로 군림해 온 삼성 라이온스는 한순간에 명예가 무너져버렸으니 그것은 장외에서 ‘해외 불법도박’이 불씨가 됐다. 올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이 남긴 교훈은 매우 유의미한데, 달도 차면 기울고 ‘넘침은 모자람보다 못하다(過猶不及)’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