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건강이 최대 화두가 된 지 오래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온갖 방법이 나왔고, 그 중심에 ‘적게 먹고 날씬해야 오래 산다’는 주장은 일반화된 상태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적당히 뚱뚱해야 오래 산다’는 비만의 역설(obesity paradox)이 약속이나 한 듯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지난 8월 서울대 연구팀 발표에 따르면 비만도가 높을수록 중증 뇌경색 발병률이 낮았고, 예후도 더 좋았다. 연구팀은 “비만환자는 뇌경색이 경미하게 발생하는 소혈관 폐색에 의한 뇌경색이 많았다”면서 “비만환자가 더 적극적으로 뇌경색 인자를 조절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최근 고려대 김신곤 교수팀이 2002~2010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에 포함된 30세 이상 100만명을 대상으로 질병과 건강행태가 사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저체중 사망위험률이 과체중의 2.2배’라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체질량 18.5 미만의 저체중 그룹은 심혈관 질환, 암 등 모든 분석에서 가장 높은 사망률을 보였다. 저체중은 영양섭취가 고르지 못할 확률이 크고 이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져 폐렴, 결핵, 대상포진 등 각종 면역질환에 노출됐을 때 회복이 더디다는 것이다.

이번 ‘비만의 역설’을 확인시킨 일련의 연구결과가 ‘꼭 뚱뚱해야 건강하다’는 의미라고는 할 수 없으나, 적어도 마른 몸보다는 살집 있는 몸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돈을 잃으면 적게 잃은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은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다 잃은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간 ‘날씬해야 건강하고 대접 받는다’는 인식 때문에 다이어트로 몸을 망가뜨린 청소년과 젊은 여성은 부지기수다. 정부는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과도한 다이어트로 인해 건강을 잃지 않도록, 이런 결과를 적극 알리고 비만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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