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이뤄진 한일정상회담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서울체류 28시간에서 보듯 당초 국민이 기대한 수준에 못 미친 아쉬움 속에서 끝났다. 국민은 아베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속 시원히 사죄하고 우리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조치를 기다렸건만 사과 한 마디 없었고, 구체적인 해결 내용을 언급하지 않은 채 “미래지향적 일한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구축하기 위해 박 대통령과 함께 노력하고자 한다”는 두루뭉술한 말로 대신했다.

사실 이번 한일정상회담은 양국 간 단독회담이기는 하나, 한일중 정상회의와 함께 이루어지는 일정이라서 아베 총리의 방한은 ‘실무방문(working visit)’ 성격이 짙다. 양국 간 현안에 대해 사전에 밀도 있게 논의되고 입장차가 정리된 후 양국 정상이 결정짓는 특별한 합의 회담이라기보다는 한일중 정상회의 참석에 맞춰졌고, 또 3국회담 이후에 한일정상회담이 이루어졌으니 성격이 다르긴 하다. 그래서인지 아베 총리는 그 흔하게 갖는 공공외교 일정조차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양국 정상이 총 다섯 차례나 만난 이번 회담에서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양국관계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확실한 매듭을 짓지 못했지만 북핵 문제에 대해선 한일 및 한미일 3국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기로 하는 한편, 지난달 미국과 일본 주도로 타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는 한국이 참여 결정을 내릴 경우 일본 정부가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또, 한일 간 인적 교류에 대해서는 특히 미래세대인 청소년 간에 보다 활발한 교류를 통해 상호 이해 및 협력 증진에 노력하기로 한 점은 성과다.

한일 양국 간 최초의 정상회담이 이루어진 것이 지난 1965년이니 벌써 50년이 됐다. 이번 한일회담은 이 정부에서 처음 이루어진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와의 첫 정상회담이다. 회담이 끝난 뒤 “솔직하게 의견 교환과 토론이 돼서 좋았다고 생각한다”는 아베 총리의 자평에서도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큰 성과는 없었다지만 ‘한일 간 현안은 대화를 통해 해결한다’는 결론을 얻은 정상회담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국정 수행 평가 중 후한 점수를 얻고 있는 외교 분야 능력을 십분발휘해 한일회담 50주년이 되는 올해 내에 현안문제를 해결하고 21세기 동반자적 관계 유지로 양국이 함께 발전될 수 있게 매진해주기를 국민은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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