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신년이면 으레 하는 것이 새출발하겠다고 마음을 다지며 제일 먼저 하는 것이 각오와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오늘부터 달라질 것이라며 올해는 반드시 이룰 새로운 계획을 책상 앞에 붙여 놓고 마음을 다진다. 그러나 웬만해서는 자신의 생활습관과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대부분이 3일이 못가서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매년 거창한 신년계획은 작심삼일이란 말의 테두리를 벗어나기 힘들다.

국민에 의한 국민의 당이라는 우리의 야당 역시 작심삼일을 반복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민주당, 새정치민주연합 등 무수히 지은 이름 앞에는 이제는 달라질 것이라는 다짐이 있었다. 그 각오를 다지고 알리기 위해 이름을 개명하며 국민들에게 지켜봐 달라고 했었다. 그러던 그들이 또 이름을 바꾸겠다고 한다. 현재 이름은 작년 3월에 바꿨는데 2년도 못 넘기고 그새 마음이 바뀌었나? 이름만 바꾸면 체질도 바뀔까? 스스로 바꾼 것도 아니고 대국민 공모까지 해서 바꾼 이름이다. 이렇다 할 실적도 이렇다 할 존재감도 없이 이름만 바꾸다 임기를 보낼 것인가? 범부도 아니고 국민대표가 130명이나 있는 야당의 이름이다.

그들은 우리 사회의 안녕과 복지를 위한 활동을 해내야 하는 사람들이다. 정부와 의회에 이를 어필하고 정부 부처 간 활동에 매개체가 돼 주어야 한다. 이러한 기능을 하기 위한 힘을 만들어야 하고 집권 여당을 견제하며 차기 정권을 획득하기 위한 토대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런데 그들은 당 내부의 문제도 당 외부의 문제도 무엇 하나 뚜렷한 모습이 없다. 안으로는 구세력과 신세력의 충돌이 여전하고 이탈자도 속출하며 밖으로 보이는 이미지 역시 필요한 때 제대로 된 말도 못하고 행동도 없는 역대 최고의 미미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름이 아니다. 여차하면 바꿔대는 덕분에 야당 이름조차 헷갈린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역할이다. 온전한 정당으로 내부의 정비로 올바른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바꿔야할 것은 그들의 마음이다. 어떡하면 내가 뛰어나게 보여 정권을 잡을 수 있을까보다 어떻게 하면 야당의 힘을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그들도 알 것이다. 그렇게 많은 이름을 바꿔봤지만 긍정적 효과는 보지 못했다. 이름이 문제가 아니라 조직과 리더십이 문제였다. 당의 목표와 비전이 작심삼일처럼 오래 가지 못하니 그 아래 충성을 맹세한 조직원들이 흔들리는 것이다. 목소리만 충성, 바뀌자고 다짐했지 마음과 생각은 제각각이니 제 힘이 발휘될 수 없는 것이다.

‘새정치’라는 문구는 대내외적으로 널리 알렸지만 무엇이 새정치인지 그 다음은 볼 수 없었다. 이름만 그랬지 구체적 안건이 따라주질 못하니 당 내부의 혼란은 당연한 것이다. 내부의 혼란은 바로 외부의 모습을 만들게 되고 당 자체가 모호하니 제대로 된 파워를 발휘할 수 없어 국민들에게 보여지는 이미지 또한 변함이 없는 것이다. 괜한 당명개정에 시간과 비용의 낭비를 꾀하기보다는 조직의 체질을 먼저 정비하길 바란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멋진 이름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활동에 전념하는 정당이다. 당면 현안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알고 적절한 완급으로 민생고를 해결해 줄 당이 필요한 것이다. 믿고 맡긴 대표인데 제대로 일은 못하고 걸핏하면 도구가 없네, 조건이 안 맞네 하는 핑계만 대고 올해는 달라질 것이니 지켜봐 달라 하면 믿는 것도 한두 번이지 누가 그 말을 믿어 주겠는가. 그대들이 모인 당의 목적과 비전을 잊지 말고 새로운 정치의 출발은 그것을 이루기 위함임을 다시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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