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수세에 몰려 있다. 유럽 곳곳에서는 러시아가 승리한다면 다른 인접 국가들을 또 침공할 수 있다는 긴장감이 역력하다. 여기에 EU가 우크라이나와 몰도바를 받아들이게 되면 이런 우려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유럽 국가들은 혹시 모를 러시아의 침공에 대비해 중무장을 해야 할까. 벨기에 칼럼니스트인 위르겐 게르마이스(Jurgen Germeys)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 유럽 국가들의 고민과 현실을 짚었다.

 

‘2차대전’ 트라우마 남아 있는 유럽

“우크라 패배 시 우리도 위험” 우려

“전쟁 승리해야” 단결 움직임 보여

유럽서 우크라 지상군 파병론 솔솔

위르겐 게르마이스
위르겐 게르마이스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이 지난 21일(브뤼셀 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유럽이사회에게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의 EU 가입 협상 프레임워크 초안을 신속하게 채택하라고 촉구했다.

유럽이사회는 이날 낸 성명에서 “우크라이나와 몰도바 공화국이 EU 경로에 필요한 개혁을 추진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공식 밝혔다. 이어 “EU 가입 협상을 지체 없이 추진한다”고 문서에 적시했다. EU 지도자들은 이날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가입 협상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엘리제궁에서 열린 프랑스 정치인들과의 회의에서 우크라이나가 곧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다가오는 6월 유럽의회 선거에 대한 논의의 맥락에서 “우크라이나는 매우 빨리 몰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을 의회에서 처리하지 못했고, 이는 우크라이나에 치명적이었다. 전선은 고착화 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치명적인 패배를 경험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월 말 파리에서 개최된 우크라이나 관련 회담 이후 서방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견할 가능성을 논의했다. 관련 합의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어떤 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군인들이 이미 우크라이나에 주둔하고 있으며 이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주장했다. 비록 우크라이나 주둔 나토 군인들의 숫자와 출신 국가 등에 대해서는 자세히 밝히지 않았지만, 이런 상황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유럽 사람들의 정서를 잘 보여준다.

러시아 인접 국가들을 포함한 유럽 많은 나라에게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남 일이 아니다. 우크라이나가 이번에 패배한다면 다음은 ‘내 차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지난달 6일 독일 쾰른에서 열린 ‘로즈 먼데이’ 퍼레이드에 공개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나토군 헬멧을 들고 있는 조형물. (출처: 뉴시스)
러시아 인접 국가들을 포함한 유럽 많은 나라에게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남 일이 아니다. 우크라이나가 이번에 패배한다면 다음은 ‘내 차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지난달 6일 독일 쾰른에서 열린 ‘로즈 먼데이’ 퍼레이드에 공개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나토군 헬멧을 들고 있는 조형물. (출처: 뉴시스)

◆유럽에 전쟁 두려움과 결의 혼재

유럽은 단결이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 유럽은 자신들 고유의 경제적, 정치적 기준에 따라 새로운 나라가 가입할 수 있는지 고려한다. 그리고 다시 전쟁을 위한 단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실 유럽은 매우 폭력적인 역사를 가졌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이 그 최대한의 참사였다. 유럽 대륙을 통합하는 것이 내부 갈등을 피하고 번영에 초점을 맞출 방법으로 보였다.

많은 유럽 국가들이 병역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있었지만, 일부 작은 국가들은 아직도 상주 군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에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잠재적 갈등 지역에 있는 국가들을 받아들일 의향이 있다면, 유럽은 군사력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나토는 유럽과 미국이 서로 도와주기로 한 협약이다. 일부 사람들은 유럽 또는 적어도 일부 유럽 국가들이 충분히 노력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크라이나는 자주적 주권을 지키기 위해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이 도움이 없다면 우크라이나는 어떤 기회도 가지지 못할 것이다.

유럽은 오랫동안 러시아의 저렴한 가스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이번 충돌로 그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 침략자에 대항하는 우크라이나를 돕는 한편, 침략자와 여전히 거래를 계속하는 것은 이상하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무언가가 바뀌어야 한다.

일련의 상황들이 정치인들의 각성을 불러왔다.

적어도 자신의 나라와 유럽의 상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우크라이나가 절대 러시아의 마지막 대상이 아니라고 믿는다.

그들은 따라서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를 막고 당초 국경으로 밀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유럽이 더 많은 자금, 물자, 그리고 결국은 지상군을 우크라이나에 보내야만 달성할 수 있는 길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유럽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회피하려고 했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사람들이 죽고 복구에 수십년이 걸릴 문명의 파괴를 감수해야 할까. 유럽인들은 이 같은 두려움과 결의가 어우러진 복잡한 감정에 휩싸여 있다.

우크라이나 협상이 계속되는 동안, 한 가지는 분명하다. 유럽은 큰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은 장래를 위해 그 결정이 구현될 장소를 정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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