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지난달 우리나라가 중남미 국가 중 유일한 미수교국이었던 쿠바와 외교관계를 맺었다. 멕시코 출신 사울 세르나 박사는 어느 외교라는 게 그렇듯이 한국과 쿠바의 이익이 부합했기에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양국 모두 외교 지평을 한층 넓혔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복잡한 국제관계 속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고 사울 박사는 분석했다.

세르나 박사는 멕시코 푸에블라 소재 아메리카스대학교에서 미국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한국 강원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다음은 세르나 박사의 기고.

 

동맹 재정의…변화하는 세계

지구촌 외교 입지 확대하고

서로 기술-자원 나눌 수 있어

 

양국 국교 수립, 北에 타격

수교에 美 모종의 역할 추정

변화 만드는 외교 중요성 부각

 

사울 세르나 박사.
사울 세르나 박사.

최근 수십년 동안 지구촌 지정학 체스판은 많은 움직임을 보여줬다. 일부 동맹은 재편되고 다른 일부는 성격이 변화돼 국가 간 협력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이런 역동성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가장 최근의 사례 중 하나가 바로 쿠바와 한국 간의 국교 수립이다.

양국은 이번 사건을 통해 수년간의 외교적 중단을 끝내고 협력과 상호 이해를 위한 새로운 희망의 시간을 열었다.

양국 수교는 지역별 국제관계의 복잡성을 고려해 만들어진 화해의 차원과 독특한 의미를 설명해야 하는 전형적인 사례다.

특히 쿠바와 한국의 관계는 지정학적 파트너십으로 볼 수 없다. 냉전과 관련된 적대행위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은 두 나라는 사실상 정치적 거리두기를 강요받아왔다. 그런 양국 관계가 섬세한 화해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쿠바가 최근 서울에 대한 문호 개방을 결정한 것은 오랫동안 ‘외로운’ 국가라는 신분으로 인해 시달려온 북한에 정치적, 심리적 타격을 줄 것이다. 쿠바는 지역적 서양에 위치하면서 북한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이었다.

AP통신은 쿠바 수도 하바나에 본부를 둔 쿠바 최초 독립언론 14ymedio 보도를 인용, “한국 대통령실은 양국 국교 수립에 대해 ‘북한에 불가피하게 영향을 미칠 심각한 정치적, 심리적 타격’이라고 논평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의중이 반영된 국교수립이라는 설명도 가능하다. 한미동맹을 외교의 중심에 두고 있는 한국이 그동안 북한과 가장 우호적인 쿠바와 수교하면서 미국의 의중 없이 했을 리 없다는 시각이다. 이렇게 보면 이번 양국 수교에 미국이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점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한국과 쿠바가 지난달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2023년 11월 11일 쿠바 아바나에서 주민들이 식료품점을 알리는 표지판 아래를 걷는 모습. (출처: 뉴시스)
한국과 쿠바가 지난달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2023년 11월 11일 쿠바 아바나에서 주민들이 식료품점을 알리는 표지판 아래를 걷는 모습. (출처: 뉴시스)

◆“국제관계 관리에 외교 성공 달려”

이렇게 보면 국제관계가 얼마나 복잡하고 동맹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지우지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동맹은 공통의 전략적 이해관계와 변화하는 글로벌 현실에 따라 합의에 이르거나 분열한다.

쿠바의 경우, 대외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어 광업에서 재생에너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주요 부문에서 경제적, 기술적 이익을 추구하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쿠바 자신의 국익을 위해 구축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령 쿠바는 인프라를 현대화하고 소득 원천을 다양화해야 하므로, 한국은 투자, 기술 및 지식을 제공할 수 있는 잠재적으로 가치 있는 파트너다.

한국 입장에서는 쿠바가 기술 산업, 특히 전기 자동차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광물 자원의 원천일 뿐만 아니라 제품의 새로운 시장이자 이 지역의 전략적 동맹국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이 새로운 외교 전선의 개방은 한국의 지구촌 입지를 확대하고 국제무대에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한국의 전략을 잘 표현한다고 볼 수 있다.

쿠바와 한국 간의 이러한 문화적, 경제적 교류는 양국 사회 모두에 이익이 될 수 있다.

쿠바 내 한국산 제품의 역동적인 존재감이 고조될 것이다. 쿠바 젊은이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은 외교적 수준의 접근 방식보다 훨씬 더 높아졌다. 그것은 국민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쿠바와 한국의 수교로 북한과 국제사회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장래 이 지역의 세력 역학이 어떻게 전개될지 여러 복잡한 시나리오가 노정되고 있다.

양국은 따라서 다양한 난제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특히 복잡한 국제관계 시스템에서 다른 글로벌 행위자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이번 새로운 외교 단계의 성공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쿠바와 한국의 외교 관계 재구축은 상호 이익과 지정학적 균형을 찾기 위해 동맹이 재정의되고 있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를 보여준다.

비판적이고 현실적인 관점에서 분석된 이 열린 창은 지구촌 사람들에게 현대 국제정치가 복잡하지만 매혹적인 역학도 동시에 가졌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외교가 모든 면에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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