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식품·외식, 가처분소득 증가율 3배
가격 인상 자제에 ‘슈링크플레이션’ 논란
농심·삼양 등 일부 식품기업 실적 최대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 급등기였던 2008년의 4.7%도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소비자물가지수가 5%대를 웃도는 등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는 국면을 보이는 가운데 지난 7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06.2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 급등기였던 2008년의 4.7%도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소비자물가지수가 5%대를 웃도는 등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는 국면을 보이는 가운데 지난 7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06.21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지난해 전체 가구가 이자·세금을 내고 소비나 저축에 쓸 수 있는 소득은 1%대 증가에 그쳤으나 먹거리 물가는 6% 넘게 오르면서 소득 대비 먹거리 부담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식사비 지출 증가 폭은 전체 소비지출보다 컸다.

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가구 처분가능소득(가처분소득)은 월평균 395만 9000원(1∼4분기 평균)으로 전년 대비 1.8% 늘었다.

지난해 전체 소득은 월평균 497만 6000원으로 전년 대비 2.8% 증가했으나 이자·세금 등을 빼고 소비나 저축에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은 1.8% 늘어 전체 소득보다 증가 폭이 더 작았다.

가처분소득 증가율과 비교해 먹거리 물가 상승률은 6%대로 큰 격차를 보였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대표 먹거리 지표로 꼽히는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는 각각 6.8%, 6.0% 올랐다. 이는 가처분소득 증가율의 각각 3.8배, 3.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가공식품은 세부 품목 73개 중 68개 물가 상승률이 가처분소득 증가율을 웃돌았다. 드레싱이 25.8%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잼(21.9%), 치즈(19.5%), 맛살(18.7%), 어묵(17.3%) 등 순이었다.

이 외에도 설탕(14.1%), 소금(13.0%), 아이스크림(10.8%), 우유(9.9%), 빵(9.5%), 생수(9.4%), 라면(7.7%) 등도 높은 편이었다.

외식 세부 품목 39개 중에서는 커피(외식)(1.7%)를 제외한 38개 품목 물가 상승률이 가처분소득 증가율을 상회했다. 피자가 11.2%로 가장 높았고 햄버거(9.8%), 김밥(8.6%), 라면(외식)(8.0%), 오리고기(외식)(8.0%), 떡볶이(8.0%), 돈가스(7.7%) 등이 뒤를 이었다.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도 3.1%로 가처분소득 증가율보다 높았다. 이 중 과일은 9.6%로 가처분소득 증가율의 5.3배에 달했으며 사과는 24.2%의 상승률을 보였다. 귤(19.1%), 복숭아(11.7%), 파인애플(11.5%), 딸기(11.1%), 참외(10.5%) 등도 10%를 웃돌았다.

농산물 중에서는 채소와 수산물 물가 상승률이 각각 4.8%, 5.4%로 조사됐다.

먹거리 부담이 커지면서 식사비 지출은 큰 폭으로 늘었다. 전체 가구 소비지출은 지난해 월평균 278만 9000원으로 전년 대비 5.7% 늘었지만 이 중에서 식사비 지출은 월평균 40만 7000원으로 7.9% 증가했다.

지난해 먹거리 부담이 컸던 것은 빵, 과자, 아이스크림, 생수 등의 가공식품과 햄버거·치킨 등 외식 품목 가격이 줄줄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원자재 가격에 인건비, 물류비, 임대료 등 가격 상승 영향으로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지난해부터 식품 기업들에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고 이에 일부 업체들이 이에 동참하면서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률은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월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3.2%, 외식은 4.3%를 기록했다.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 몇몇 기업 사이에서는 가격은 그대로 두고 제품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과 가격은 유지하는 대신 제품의 질을 떨어뜨리는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 논란이 불거지면서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불합리한 가격 인상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줄 것을 소비자 단체에 당부하기도 했다.

지속된 고물가에 외식 물가 부담이 더 커짐에 따라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가격의 가공식품에 지갑을 열기 시작했고 또한 집밥 수요 증가, 해외에서의 K-푸드 인기 등으로 지난해 일부 식품 기업들은 호실적을 거뒀다.

농심의 작년 매출은 3조 4106억원으로 전년 대비 9.0%, 영업이익은 2121억원으로 89.1% 뛰었다. 삼양식품의 매출과 영업이익도 1조 1929억원, 1468억원으로 전년 대비 31.2%, 62.5% 증가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매출 1조원, 영업이익 1000억원을 돌파했다.

둔화세를 보이는 외식, 가공식품 물가와는 다르게 최근에는 과일을 중심으로 한 농산물 물가가 치솟으면서 장바구니 부담의 새로운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농산물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15.7%에 이어 올해 1월에도 15.4%로 15%대를 기록했다. 특히 과일은 16.9% 오르면서 2011년 1월(31.2%)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과일 중에서도 사과는 생산량 감소로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달 29일 기준 사과 평균 소매 가격은 10개 2만 9088원으로 전년 대비 29.3% 비싼 수준이다. 올해 1월 기준 배(산고) 상품 10개 가격은 전년 대비 48.2%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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