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22일 정례회의
물가 상승률 불안 요소 여전
가계대출 10개월 연속 증가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4.01.1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4.01.11.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오는 22일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를 진행하는 가운데 9연속 동결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아직 한은의 목표(2%)까지 충분히 떨어지지 않은 데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였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은에 부담을 줬던 한미 금리 역전 폭(2.0%p) 문제 역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물가 관리를 강조하며 금리 인하를 주저하고 있어 동결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한은 금통위는 오는 22일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이번 회의에는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 박춘섭 전 위원 자리를 넘겨받은 황건일 위원이 처음으로 참여한다,

한은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를 조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8번의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p 인상)’과 2번의 ‘빅 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단행해 현 3.5% 수준까지 인상했다. 이후 한은은 작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8회 연속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를 손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통위가 금리를 낮출 만큼 물가와 가계대출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1월 물가 상승률은 2.8%로 반년만에 2%대로 내려왔지만, 신선식품지수가 7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물가 불안을 높이고 있다. 원자재와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2차 비용 파급과 지정학적 분쟁에 국제유가도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도 최근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수요 압력 약화,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위험)로 유가 불확실성이 커지고 농산물 등 생활물가도 여전히 높다”며 “당분간 물가 둔화 흐름이 주춤해지면서 일시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소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가계부채가 계속 늘어나고 총선을 앞두고 쏟아지는 개발 공약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까지 다시 들썩이는 점도 한은의 조기 금리 인하를 막는 요인이다.

실제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은 1월까지 10개월째 계속 불어나고 있다. 특히 1월에만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855조 3천억원)이 4조 9천억원 늘었다. 1월 기준으로는 2021년 1월(+5조원) 다음 역대 두 번째로 큰 증가 폭이다.

올해는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금융과 서울 지역 입주 물량 감소에 금리 인하 기대까지 더해지면서 주택매매 가격과 대출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이른바 고물가 시기의 마지막 국면에서 너무 일찍 통화정책 완화로 돌아섰다가 물가 안정기 진입 자체가 무산되는 이른바 ‘라스트 마일(목표에 이르기 직전 최종구간) 리스크’를 경계하는 분위기도 동결에 무게를 싣고 있다.

지난 16일(현지 시각)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0.3%)은 전문가의 전망치(0.1%)를 크게 웃돌았다. 여전히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작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연준이 5월 이전에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기대도 크게 꺾인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금리 인상에 나서기에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출이 회복하면서 성장세가 개선되고 있지만, 고금리와 고물가에 고환율까지 겹치며 민간 소비 위축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우려도 높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로 건설업계의 자본 조달 경색에 대한 경계심도 한층 커진 상태다. 부동산 연착륙을 유도하고 있는 정부와의 엇박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자칫 금리를 높였다가는 부동산 폭락에 따른 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수출 회복에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올릴 것이란 의견과 중국 경기 부진과 민간 소비 위축에 유지하거나 소폭 하향할 것이란 시각이 맞선다. 물가 전망치는 유가 안정에 유지 혹은 소폭 하향할 것이란 예상이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민간소비 위축 가능성에도 수출 회복세 확대에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유지했고, 소비자물가는 내수 부진에 전망치를 0.1%p 낮춘 2.5%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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