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기준금리 5연속 동결
파월 “물가 지표 울퉁불퉁”
韓美 신중히 통화정책 접근
한은 이르면 7월 인하할 듯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라스트 마일(마지막 구간)’에 다다른 만큼 금리 인하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해야 하는 한국은행 역시 당분간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19∼20일(현지시간) 진행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5.25~5.50%로 유지했다. 연준은 지난해 9월, 11월, 12월, 올해 1월, 이번까지 총 다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연준의 동결로 한국(3.50%)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2.00%p로 유지됐다.
연준은 올해 금리 중간값을 지난해 12월 전망치와 같은 수준인 4.6%로 제시했다. 이는 현재 금리 수준을 고려할 때 연내 0.25%p씩 세 차례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시각을 유지한 것이다. 다만 내년 말 전망치는 3.6%에서 3.9%로 0.3%p 높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은 목표에 점진적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대차대조표 축소 속도를 늦추는 시점이 곧 임박했다”면서도 “지난 2개월(1∼2월)간 울퉁불퉁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지표처럼 앞으로도 울퉁불퉁한 여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월 의장은 “이번 회의에서 보유 증권의 감소 속도를 늦추는 것과 관련된 논의를 했다”며 “현재 금리가 고점을 찍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경제가 예상한 것처럼 전개되면 올해 특정 시점에 긴축정책을 되돌리는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예고했다.
이는 연준이 ‘연내 금리를 낮추겠지만 서두르지 않고, 이후 인하 속도도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연준이 언제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냐다. 올해 미국이 정책금리를 몇 차례 인하할지는 우리나라 기준금리를 정하는 한국은행의 판단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한·미 정책금리는 역대 최대치인 2.00%p로 역전돼 있다. 한·미 금리 역전 폭이 지금보다 더 벌어지게 될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이나 환율 상승이 뒤따를 수 있는 만큼, 한은이 독자적으로 금리를 내리는 데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에 미국의 금리 인하 시그널이 나오면 한은도 국내 물가 상승률이 안정 목표인 2%로 수렴할지를 살펴 하반기에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로이터통신은 “경제학자 108명을 대상으로 연준의 첫 금리 인하 시기를 설문한 결과, 3분의 2가 오는 6월을 지목했다”고 보도했다. 연준이 이르면 6월 기준금리를 낮출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은이 7월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한은은 지난 1월 금통위에서부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사실상 배제하고, 2월 금통위에선 소수 금통위원이 ‘향후 3개월 내 금리 인하’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물가 상승률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 6개월 만에 2%대를 기록했으나 사과(71%), 귤(78.1%) 등 과일 물가 등의 영향으로 한 달 만에 3%대로 반등했다.
한은은 이 같은 인플레이션 라스트 마일에 대응해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달 22일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지금 굉장히 울퉁불퉁한 길을 내려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부분 금통위원은 아직 금리 인하 논의를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도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기자설명회에서 “2월 금통위에서 밝혔듯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에 수렴할 것이란 확신이 들때까지 충분히 장기간 긴축기조를 유지한단 정책에 대한 방향 변화는 없는 상황”이라며 “2월 경제전망에 기반해 보면 상반기 중 금리 인하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또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과 관련해선 “오는 5월 발표될 경제전망에 기반해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