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역전승으로 4강 진출
9년 전 결승전서의 설욕 성공

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가 끝난 뒤 손흥민과 황희찬이 포옹하고 있다. 황희찬은 후반 종료 직전 동점 페널티킥을, 손흥민은 페널티킥 유도 및 역전 프리킥골을 넣으며 한국의 4강 진출을 견인했다. 2024.2.3 (출처: 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가 끝난 뒤 손흥민과 황희찬이 포옹하고 있다. 황희찬은 후반 종료 직전 동점 페널티킥을, 손흥민은 페널티킥 유도 및 역전 프리킥골을 넣으며 한국의 4강 진출을 견인했다. 2024.2.3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태극전사들이 호주와의 치열한 연장전 끝에 9년 전의 패배를 만회하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에 올라섰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3일 오전 00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에서 열린 아시안컵 8강전에서 황희찬(울버햄프턴)의 동점 골과 손흥민(토트넘)의 역전 골을 힘입어 호주를 2-1로 격파했다. 무엇보다 9년 전 아시안컵 결승에서 패배하며 아픔을 줬던 호주를 상대로 거둔 승리여서 그 의미를 더했다.

이로써 클린스만 호는 지난 대회에서 카타르에 0-1로 패해 8강에서 짐을 쌌던 벤투 호가 달성하지 못한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아시안컵 우승컵을 들어올리기까지 남은 건 단 ‘2승’만이 남아 있다.

◆기적의 뒤집기 보여준 태극전사

우리나라 대표팀은 조별리그 2차전부터 4경기 연속 후반 추가시간에 득점하며 기적 같은 뒤집기를 보여주고 있다. 조별리그 3차전 말레이시아와의 경기를 제외하고 세 골 모두 동점골이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역사적으로 아시안컵에서 한국의 약점이었던 중동팀들을 이기는 것이 큰 도전이었다. 숙적 일본과 함께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해왔지만 중동의 강팀들과의 경기에서 여러 번 패배하며 귀국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1996년 아랍에미리트 대회 때 8강에서 중동의 강팀 이란에 2-6으로 대패한 것부터, 2000년 레바논 대회 준결승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패배, 2004년 중국 대회에서는 8강에서 또다시 이란에 앞길을 내줬다. 2007년 동남아 대회에서 이라크와의 승부차기 패배도 한국 축구에 상처로 남아 있다.

이번에도 ‘중동의 모래바람’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이끌며 전력이 더욱 강해진 사우디아라비아와 맞닥뜨리면서다. 이번에도 한골을 먼저 내주며 이대로 끝나나 했다. 그러나 조규성(미트윌란)의 후반 막판 동점 골을 시작으로 경기는 뒤집혔다. 승부차기까지 간 사우디와의 경기는 한국이 중동의 모래바람을 이겨내는 순간이었다.

◆‘복수혈전’ 호주에 설욕 성공

한국은 내친 김에 8강전인 호주전에서도 끈질긴 뒷심과 투혼으로 값진 승리를 따냈다. 

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 손흥민이 드리블을 시도하고 있다. 2024.2.3 (출처: 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 손흥민이 드리블을 시도하고 있다. 2024.2.3 (출처: 연합뉴스)

FIFA 랭킹 23위의 한국은 25위 호주보다 조금 앞서 있었지만 예상대로 팽팽한 승부가 펼쳐졌다. 호주와의 역대 전적은 28전 8승 11무 9패로 백중세를 보였다. 2010년대 들어서도 2승 3무 2패로 팽팽한 승부를 펼쳐왔다.

특히 과거 2015년 아시안컵 개최국이자 한국에 아픔을 준 상대였던 호주를 상대로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1-0 승리를 거뒀지만, 결승에서는 연장 접전 끝에 1-2로 패배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당시 0-1로 끌려가던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의 만회 골로 동점을 만들었지만, 연장 전반 15분 제임스 트로이시에게 결승 골을 허용하며 쓴잔을 마셨다.

이번 호주전도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갔다. 이날 전반전은 한국 수비의 실책이 나오면서 0-1로 마쳤다.

경기는 페널티킥을 시작으로 뒤집혔다. 후반전 들어 막판 추가시간에 손흥민이 페널티박스 안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루이스 밀러의 태클에 넘어져 페널티킥을 따내면서 역전의 길이 열린 것. 황희찬은 페널티킥 상황에서 자신감 넘치는 슈팅을 선보이며 극적인 동점 골을 성공시켰다.

◆9년 전 울었던 손흥민, 이번엔 웃었다

이날 호주전 연장 전반 14분, 손흥민은 다시 한번 빛났다.

페널티박스 왼쪽 모서리에서 얻은 프리킥 상황에서 그의 오른발에서 날아간 완벽한 슈팅은 호주 골문을 가르며 극적인 역전 골을 만들어냈다. 9년 전 호주에 패배하며 눈물을 펑펑 쏟았던 손흥민은 승리가 확정되자 마침내 웃음을 보였다. 그와 함께 김진수(전북), 김영권(울산) 등은 이번 승리를 통해 그때의 아픔을 씻어냈다.

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 손흥민이 연장 전반 프리킥으로 역전골을 성공시킨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4.2.3 (출처: 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 손흥민이 연장 전반 프리킥으로 역전골을 성공시킨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4.2.3 (출처: 연합뉴스)

손흥민은 사우디와의 16강전에 이어 이번 호주와의 8강전도 연장 승부까지 모두 소화했다.

이날 경기 출전으로 손흥민은 한국 선수 통산 아시안컵 최다 17경기 출전 기록을 세웠다. 아시안컵 통산 7골째를 기록하며 최순호 수원FC 단장과 함께 한국 선수 아시안컵 최다골 공동 2위에 올랐다.

손흥민은 경기 후 “너무 어려운 경기였고, 퍼포먼스에 썩 만족하지 않지만 결과를 가져온 게 중요하다. 모든 선수들의 희생과 도전 정신에 감명을 받았다. 모두가 칭찬 받을 자격이 있다”며 “준결승에 진출해 기쁘다. 최종 목표(우승)를 이루기 위해 다음에도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동점골’ 황희찬, 페널티킥 비화 전해

황희찬(울버햄프턴)도 손흥민(토트넘)과 함께 이번 8강전 승리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황희찬은 페널티킥 상황에서 자신감 넘치는 슈팅을 선보이며 극적인 동점 골을 성공시켰고 연장 전반 14분엔 손흥민의 결승골을 도와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그러나 애초 페널티킥 키커는 손흥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황희찬은 손흥민에게 “형한테 내가 차고 싶다”고 말하며 자신감을 표현했고, ‘캡틴’ 손흥민은 그의 의지를 존중하며 키커를 양보했다. 황희찬은 이 기대에 부응하며 침착하게 골을 집어넣었다.

황희찬은 “흥민이형이 바로 알겠다고 해줘 자신 있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조금이라도 부담이 있었다면 페널티킥을 차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자신 있었고 그렇게 차기까지 많은 노력과 준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 대표팀 황희찬이 페널티킥을 성공시키고 있다. 2024.2.3 (출처: 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 대표팀 황희찬이 페널티킥을 성공시키고 있다. 2024.2.3 (출처: 연합뉴스)

그는 경기 후 “대표팀 선수로서 모든 경기, 모든 동작 하나하나에 책임감이 많이 따른다. 그래서 당연히 페널티킥에서도 나만의 슛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모든 국민께서 응원해 주시고 팀원들이 노력해 준 덕분에 이런 순간이 있었다”고 전했다.

황희찬은 이날 경기에서 극적 동점골을 넣은 것 외에도 득점 취소나 상대와의 큰 충돌 등 많은 일을 겪었다. 부상으로 조별리그 1, 2차전을 결장했던 그는 이날 첫 선발 출전에 나섰다.

전반 31분에는 선제골을 넣을 기회도 있었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띄어준 패스를 설영우(울산 HD)가 받아 박스 안으로 달려가던 황희찬에게 연결했고, 그가 찬 슛이 호주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설영우가 수비보다 조금 앞서 있는 관계로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으면서 골은 취소됐다.

이에 대해 황희찬은 “아쉽지만 우리에게 계속해서 더 좋은 장면을 만들 수 있다는 그런 믿음과 확신이 생기는 장면이었던 것 같다.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다”며 “후반에도 계속 우리가 좋은 장면들을 만들면서 승리할 수 있는 경기가 됐다”고 했다.

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 손흥민이 연장 전반 프리킥으로 역전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2024.2.3 (출처: 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 손흥민이 연장 전반 프리킥으로 역전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2024.2.3 (출처: 연합뉴스)

황희찬은 호주 선수의 퇴장을 끌어내기도 했다. 연장 전반 종료 직전 에이든 오닐이 황희찬에게 위험한 태클을 시도한 게 계기가 됐다. VAR(비디오판독시스템)을 확인한 주심은 노란색이 아닌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과정에서 다친 그는 경기 후 “살이 패여서 조금 놀랐다. 들어가서 체크를 좀 해봐야 될 것 같다”면서도 “팀적으로 또 연장전을 치르는 데 있어서 훨씬 더 유리한 상황이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승리가 확정된 이후 “이런 순간들을 위해서 더 준비를 해왔다. 어쨌든 골을 만들어냈고 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너무 기쁘다. 솔직하게 100%는 아니지만 그냥 100%라고 생각을 하고 계속 뛰고 있다. 많이 노력할 테니 남은 두 경기에서 더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남은 경기에서도 맹활약을 약속했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2-2로 비겼던 요르단과 오는 7일 00시에 열리는 준결승전을 치른다. 4강 진출에 성공하며 우승에 한 발짝 다가간 태극전사는 64년 만의 아시안컵 정상을 향해 힘찬 도전을 이어갈 전망이다.

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 클린스만 감독이 기뻐하고 있다 (알와크라/연합뉴스) 2024.02.03.
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 클린스만 감독이 기뻐하고 있다 (알와크라/연합뉴스) 2024.02.03.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