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양효선 기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02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02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증여세 회피 목적으로 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팔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이 공정거래위원회와 SPC그룹 간 소송에서 사실상 SPC그룹 완승 판결을 내렸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최경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혐의로 기소된 허 회장과 조상호 전 SPC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이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들이 증여세 회피 목적으로 계열사 주식을 저가 거래했다고 봤다. 

하지만 법원은 SPC 계열사와 삼립 간 2015년 이전 거래에 대해서만 공정위 시정명령을 인정했다. 이번 소송의 핵심인 증여세 회피와 밀다원 주식 헐값 양도는 상관관계가 없는 행위이며 저가 양도했는지도 분명치 않다고 봤다.

법원은 “곡물 가공업 특성상 지속적인 성장을 예상하기 어렵고 미래 가치를 주식 가치에 반영하는 것은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는 중대한 문제점도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의 주식평가 방법이 불합리하다거나 피고인들이 임무를 위배하고 부당 관여해 최대한 낮게 평가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감몰주기 증여세’는 지배주주와 특수관계 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을 증여로 보고 과세하는 것을 말하는데 편법적인 지배구조에 따라 이익을 증여로 간주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일 뿐 주식 양도가액을 얼마로 정할지는 상호 간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증여세를 면할 수 있게 된 것은 삼립이 밀다원 주식을 모두 가져갔기 때문이지 저가 매수했기 때문이 아니다”라며 “저가 거래가 허 회장에게 경제적 유인도 없다. 배임 의도도 성립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증여세 검토 결과에 따르면 주식 저가 양도로 인해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될 금액은 7억 3000여만원 정도이지만 허 회장은 파리크라상과 샤니 주식을 전부 소유하고 있었으므로 두 회사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삼립에 저가 매도를 할 경우 오히려 허 회장은 손해를 입게 됐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SPC가 허영인 회장 두 아들의 경영 승계를 위해 부당행위를 했다고 보고 2020년 허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SPC 계열사들이 2011년부터 7년간 삼립을 부당 지원했고 삼립에 414억원의 이익을 제공했다고 봤다. 샤니의 판매망 저가 양도,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계열사 삼립에 헐값에 매각, 삼립의 통행세 수수 등을 통해서 했다고 봤다.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허 회장과 조 전 시장, 황 대표 등이 2012년 12월 계열사 파리크라상과 샤니 등이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취득가(2088년 3038원)나 직전 연도 평가액(1180원)보다 현저히 낮은 255원에 삼립을 팔았다고 판단했다. 

이 거래로 삼립은 179억 7000만원 상당 이익을 확보한 반면 밀다원 주식을 보유하던 샤니와 파리크라상은 각각 58억 1000만원, 121억 6000만원 손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밀다원은 허 회장 일가가 파리크라상 등 지분을 통해 사실상 보유한 회사다.

SPC는 선고 직후 입장을 내고 “오해와 억울함을 풀어준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며 “SCP그룹은 국내는 물론 해외 글로벌 사업을 통해서도 식품기업으로서 바른 경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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