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당국자 ‘다수 공습’ 시사… 다중 조치에 따른 계층적 접근
강경대응시 대혼란 우려… 무력충돌 피하자니 대선 공세 빌미

(출처: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요르단 주둔 미국 장병들에 대한 친이란 무장세력의 드론 공격에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했다고 밝혔다.
(출처: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요르단 주둔 미국 장병들에 대한 친이란 무장세력의 드론 공격에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했다고 밝혔다.

[천지일보=방은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장고 끝에 요르단 주둔 미국 장병들에 대한 친이란 무장세력의 드론 공격에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했다고 30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날 CNN,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 최고 고문들과 협의한 후 플로리다로 선거유세를 위해 백악관을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미군에 대한 공격에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친이란 무장세력의 지난 27일 공격으로 시리아 국경 인근 요르단 북동부에 주둔한 미군 3명이 숨지고 최소 34명이 부상을 입은 다음날 바로 보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친이란 무장세력에 대해 어떤 형태와 수위로 대응할지를 놓고 장고를 거듭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란이 공격에 책임이 있느냐는 이날 질문에 “나는 그들(이란)이 공격자들에게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이란)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중동 지역의 확전 위험에 대해서는 “중동에서 더 큰 전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가 이란과 직접 소통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구체적인 대응 방식을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 정부 당국자는 미국이 친이란 무장단체에 대한 대응을 한 번의 공습으로 끝내지 않을 계획임을 시사했다.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브리핑에서 “미국은 친이란 무장단체가 미군을 공격할 수 있는 역량을 약화하고 무장단체를 지원하는 이란혁명수비대에 이런 공격을 용납할 수 없다는 강한 신호를 보내려고 한다”며 “미국이 두 번 이상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가 적절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공정하며 단일 조치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다중 조치에 따른 계층적 접근 방식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반면 요르단 주둔 미군 피격 사망의 공격주체로 거론된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는 이날 드론 공격이 있은 지 이틀 만에 긴장을 완화하려는 노력의 신호로 요르단에서 미군을 상대로 군사작전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을 좌초시키게 놔두었다고 비난하는 공화당원들에게 강력한 대응을 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은 사건 발생 직후 “이러한 공격에 대한 유일한 대답은 이란 테러리스트 세력에 대한 파괴적인 군사 보복이어야 한다”며 “그보다 더 적은 것은 조 바이든을 겁쟁이로 확증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재대결이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강경파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우유부단한 안보정책이 우크라이나전쟁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에도 영향을 줬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이란과의 무력 충돌에 나서는 것은 엄청난 후폭풍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미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에 예멘 후티 반군과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 친이란 세력들이 개입해 본격적인 중동 전쟁의 갈림길에 와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공격은 확전의 방아쇠를 당기는 일이 될 수 있다. 미국의 공격에 따른 확전은 그동안 이스라엘-하마스간의 장기적 교전중단 및 인질석방 협상을 간접적으로 중재해 온 미국의 노력을 수포로 만들 수도 있다. 또 그로 인한 중동 상황의 악화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득표 전략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친이스라엘 정책에 반발한 민주당 지지층 일부의 이탈 현상이 감지되고 있는 터에 전쟁의 판을 더 키우는 것은 선거 전략상 리스크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더욱이 우크라이나전쟁을 장기 지원해옴에 따라 미국 국내의 전쟁 지원 피로 현상이 만연한 것도 바이든 행정부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가 확전을 피하면서도 미군 사망에 대해 자국민을 납득시킬 충분한 ‘보복’을 할 길이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 미국 사회에서 확산하고 있다.

안토니 블링켄 미 국무장관은 “지금은 중동이 엄청나게 불안정한 시기라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지금처럼 위험한 상황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CNN 방송은 이날 “미국의 중동 정책은 더 이상 이스라엘-가자 분쟁이 더 큰 지역 전쟁을 촉발하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로 설명될 수 없다”며 “그 희망은 몇 주 전에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요르단에서 이란 대리세력으로 추정되는 공격으로 미군 사망에 대한 보복을 고민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현재 중요한 임무는 중동 지역 전쟁이 통제 불능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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