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송환 후 전략폭격기 동원
바이든 “우리 대응 계속될 것”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요르단에서 지난 28일 이란 후원 민병대의 드론 공격으로 전사한 미군 병사 3명의 운구 행사자에 참석해 경의를 표하고 있다. 미국은 이날 이란 후원 민병대에 대한 보복 공격을 시작했다. (AP/뉴시스) 2024.02.03.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요르단에서 지난 28일 이란 후원 민병대의 드론 공격으로 전사한 미군 병사 3명의 운구 행사자에 참석해 경의를 표하고 있다. 미국은 이날 이란 후원 민병대에 대한 보복 공격을 시작했다. (AP/뉴시스) 2024.02.03.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미군이 이라크와 시리아를 대상으로 친 이란계 민병대의 드론 공격에 대한 보복 타격을 개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장고 끝에 요르단 주둔 미국 장병들에 대한 드론 공격에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했다고 밝힌 지 사흘 만이다. 이에 따라 3개월 넘게 지속되고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 전쟁과 맞물려 전쟁이 확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국은 요르단에서 벌어진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 혁명수비대(IRGC) 및 산하 민병대와 연결된 85개 이상의 시설을 목표로 이라크·시리아에서 ‘보복 타격’을 개시했다고 CNN 등 현지 언론이 이날 일제히 전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친이란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시리아 국경 인근 요르단 북동부에 주둔한 미군 3명이 숨지고 40명 이상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은 드론이 이란산이라고 평가했으며, 바이든 대통령도 피습 다음날 즉각 보복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보복 타격은 바이든 정부의 단계적 대응 첫 조치로 미군들의 시신이 이날 낮 미국 본토로 송환된 직후에 전격적으로 단행됐다.

미군은 공격 대상이 지휘·통제 시설, 로켓, 미사일 및 드론 저장 시설, 물류·탄약 공급시설이라고 밝혔다. 7개 지역(시리아 4개, 이라크 3개)에 걸친 85개 이상의 시설들이 그 표적이다.

공습은 시리아 전역에 영향을 미치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해외 정보 및 준 군사 부대인 쿠드스 부대를 목표로 이뤄졌다. 미 본토에 있던 전략폭격기 B-1 랜서를 비롯해 다수의 전투기들과 125개 이상의 정밀 무기가 동원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대응은 오늘 시작됐다. 우리가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 그와 국방부 지도부는 델라웨어 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미군의 시신들이 반환되는 장소에 참석했다.

12일(현지시간)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에 대한 직접 타격을 시작한 미 해군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미군 중부사령부 소셜미디어 캡처. (출처: 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에 대한 직접 타격을 시작한 미 해군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미군 중부사령부 소셜미디어 캡처. (출처: 연합뉴스)
[AP/뉴시스] 요르단 북동부 소재 군사 기지 '타워22'의 2023년 10월 위성 사진. 2024년 1월28일
[AP/뉴시스] 요르단 북동부 소재 군사 기지 '타워22'의 2023년 10월 위성 사진. 2024년 1월28일 "이란 지원 무장 조직의 드론 공격으로 이 기지에서 미군 3명이 사망하고 30여 명이 부상했다"고 미군은 말했다. 2024. 01. 29.

미군 합동참모부 더글러스 심스 중장은 공격이 성공적이었으며, 폭탄이 무장세력 무기에 타격을 입히자 2차로 대형폭발이 발생했지만 무장세력 제거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공격 시설 내 사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공습을 감행했다고 설명했다.

시리아 국영 언론은 이날 미군이 자국의 시리아-이라크 국경과 사막 지역에서 11곳 이상을 폭격하는 ‘침략’을 감행해 다수 사상·부상자들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AFP 통신은 이번 공습으로 친이란 전투원 중 13명 이상이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민간단체 ‘시리아인권감시’를 인용해 이날 전했다.

이라크군은 공격이 이라크 국경 지역에서 이뤄졌으며 지역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라크군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번 공습은 이라크 주권 침해 행위”라며 “이라크 정부의 노력을 저해하고 이라크와 지역을 끔찍한 결과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대응을 예고하자 이란 측은 지난달 30일 “결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이날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IRGC 및 그와 연결된 세력에 대한 추가 조치를 지시했다고 밝히며 “이것은 대응의 시작으로 앞으로도 미군에 대한 공격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면서도 미군은 이란과 전쟁을 원하지 않으며 이란도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반면 미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의원은 이란에 충분한 타격을 가하지 못한 데다 반응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고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했다.

많은 전문가들도 미국이 이란과의 무력 충돌에 나서는 건 더 큰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스라엘 전쟁에 예멘 후티 반군과 레바논 헤즈볼라 등 친이란 세력들이 개입해 본격적인 중동 전쟁의 갈림길에 와 있는 상황에서 확전의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동 상황의 악화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득표 전략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친이스라엘 정책에 반발한 민주당 지지층 일부의 이탈 현상이 감지되고 있는 터에 전쟁의 판을 더 키우는 건 사법 리스크와 함께 또 다른 선거 리스크로 다가올 전망이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출처: 연합뉴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연합뉴스)
[테헤란(이란)=AP/뉴시스]이란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니이가 31일 테헤란외곽의 묘지에서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을 담당하다 폭발로 숨진 하산 테흐라니 모하담 장군의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요르단의 한 군사기지에서 미군 3명이 살해된 것과 관련, 이란을 공격할 경우 이란은
이란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니이가 31일 테헤란외곽의 묘지에서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을 담당하다 폭발로 숨진 하산 테흐라니 모하담 장군의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요르단의 한 군사기지에서 미군 3명이 살해된 것과 관련, 이란을 공격할 경우 이란은 "결정적 대응할 것이라고 이란이 30일(현지시간) 위협했다. (AP/뉴시스) 2024.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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