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과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 23일 보석으로 석방됐다. 김씨뿐 아니라 김모 전 쌍방울 재경본부장, 안부수 전 아태평화교류협회장 등 이 사건 관련자 대부분이 보석으로 나왔다.

이 사건 핵심 피고인인 이화영 전 경기도부지사 재판이 늘어진 데 따른 결과다. 이 전 부지사는 변호인 해임과 재선임, 재판부 기피 신청 등을 내며 재판을 지연시켜 왔다. 이 전 부지사 재판은 15개월째 진행 중이다.

이 사건 재판장인 수원지법 신진우 부장판사는 2월 초 법원 인사 때 교체 대상이라 1심 선고가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를 감안해 검찰이 23일 재판에서 다음 기일에 변론을 종결하자고 했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재판은 이 전 부지사 측이 신청한 증인 한 명에 대한 신문과 검찰과 변호인이 낸 서류 증거조사뿐이다. 검찰은 이를 하루에 몰아서 끝내자고 했지만 재판부는 재판 기일을 두 차례 잡아 선고를 사실상 다음 재판부로 떠넘겼다.

대장동 의혹 사건에서도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를 비롯해 남욱·정영학·유동규 등 대부분의 피고인이 석방됐다. 대장동과 관련해 50억 클럽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박영수 전 특검마저 얼마 전 보석으로 풀려났다.

같은 날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비리 사건 재판에선 이 대표가 오전 재판만 받고 퇴장했다. 건강상 힘들다는 이 대표 요청을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부장판사가 받아준 것이다.

흉기 피습 이후 이 대표 건강이 아직 정상이 아닐 수는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해 단식 직후 열린 이 사건 첫 재판 때 “앉아 있기도 힘들다”며 재판을 일찍 끝내고 국회로 가 표결에 참여했다.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선 국정감사 때문에 불출석한다고 해놓고 국감장에 가지도 않았다.

형사 피고인은 형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되는 만큼 불구속 재판이 원칙이다. 형사소송법상 구속기소된 피고인의 구속 기간은 6개월이며, 예외적으로 재판부가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기일 내에 재판을 마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풀어주는 것은 다른 문제다. 보석을 노려 재판을 지연시키고, 보석으로 석방된 뒤 도주하거나 말을 맞추는 등의 부작용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

대법원은 재판 지연을 해소하려고 여러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한다. 재판을 끌어보려는 형사 피고인에 대해서는 집중심리제를 도입하고, 특정 사건 재판이 길어질 경우 해당 재판부에 다른 사건 배당을 줄여 주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한 방법이다.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구속기간 제한에 대해서도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장이었다가 재판을 16개월 끌다 선고하지 않고 사표를 낸 서울중앙지법 강규태 부장판사와 같은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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