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세트값 전년比 평균 20~30%↑
기상재해에 생산량 줄고 가격 오르고
백화점·마트, 샤인머스캣 등 혼합구성
“수급 불안, 상반기까지 지속될 수도”
정부, 계약 재배 물량 평시보다 확대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모습. ⓒ천지일보 2023.12.0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모습. ⓒ천지일보 2023.12.05.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기상재해로 사과와 배 가격이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올해 설 과일 선물세트 가격이 작년보다 평균 20~30% 올랐고 최대 60% 뛴 과일 선물세트도 등장했다.

1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사과(후지, 10개)의 소매 가격은 2만 9000원, 배(신고, 10개)는 3만 3000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29.4%, 26.9%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폭염·폭우·한파 등의 이상기후로 생산량이 각각 30.3%, 26.8% 줄어든 게 원인으로 작용했다. 과일 꽃이 피는 작년 봄에는 냉해와 우박 피해를 입었고 여름에는 장마와 태풍·폭염 피해에 병충해까지 돌았다.

사과와 배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가격이 오르자 소비자 수요는 자연스레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감귤에 쏠렸다. 이에 감귤 소매가도 지난 10일 기준 4353원으로 전년 대비 30.8% 비싸졌다.

앞서 작년 추석 선물용 과일 수급 불안이 커지면서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대형마트와 백화점들은 올해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가격과 물량 수급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샤인머스캣 등을 혼합한 과일세트를 내놓고 비슷한 가격대의 대체 선물을 늘리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가 지난달 공개한 설 선물세트 중 과일세트 가격은 작년 설에 선보인 같은 중량 세트보다 일제히 상승했다.

롯데마트에서 판매되는 정성 담은 사과 세트(4.2㎏)는 지난해 4만 9900원에서 올해 7만 9900원으로 60% 뛰었다.

이마트의 사과 VIP 세트(3.6㎏)는 행사가 기준 3만 2060원에서 4만 7880원으로 49.33%, 당도 선별배(5㎏) 가격은 행사가 기준 2만 9880원에서 3만 5880원으로 20% 올랐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그동안 산지 다변화 등의 노력을 통해 사과·배 물량을 어느 정도 확보한 상태다. 확보 물량은 업체별로 다소 편차가 있으나 대략 지난해 설과 비교해 최소 70%에서 많게는 110%에 이른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샤인머스캣을 활용한 과일 세트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며 샤인머스캣 중심의 단품 구색 및 샤인머스캣을 비롯한 다른 과일과 혼합한 세트 구성을 확대했다. 또 세지멜론, 애플망고, 키위, 딸기 등으로 이뤄진 세트를 별도 제작해 고객의 선택 폭을 넓혔다.

이마트는 한우·건견과 세트 가격을 인하하고 가성비 세트를 늘려 수요를 분산시키고 있다. 피코크 혼합 한우 1호 세트 가격은 작년 설 대비 9%, 구운 아몬드·캐슈너트·호두 구성의 고소한 견과 3종은 6% 낮은 가격에 판매 중이다.

홈플러스는 사과 세트(8개)와 배 세트(6개)를 각각 약 4만원에, 사과 4개+배 3개+레드향 4개 혼합 세트를 약 5만 5000원에 내놨다.

이마트는 공급량 부족으로 가격이 크게 오른 과일 품목을 대량 매입했으며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진 대형 행사들을 통해 평소보다 3배 이상의 물량을 확보한 바 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못난이 과일 등 상품화가 가능한 산지 물량을 최대한 발굴·공급에 나서고 있다.

백화점들도 산지 네트워크 확대를 통해 물량을 확보해 조기 거래를 이어가는 등 수급 불안에 대응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작황이 안정적인 한라봉과 천혜향, 샤인머스캣 등을 위주로 청과 선물 세트를 출시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가격 민감도가 높은 고객을 위해 기존의 15∼18개짜리 레드·천혜향 세트를 9개로 맞춘 10만원 미만 세트를 판매한다. 현대백화점은 써니트 한라봉 등 프리미엄 신품종 세트를 추가한 H스위트 과일세트 등을 선보였다. 롯데백화점은 소용량 과일 선물세트 전 상품에 샤인머스캣을 포함했다. 올해 샤인머스캣 포함 과일 선물세트 수량은 2019년 대비 6배 많은 규모다.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 과일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사과·배의 경우 현재와 같은 수급 불안이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는 설 명절 기간 사과·배 계약 재배 물량을 평시보다 대폭 확대 공급하고 성수품에 대한 할인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사과·배 등 주요 과일 생산자단체는 이에 발맞춰 물량이 적기에 공급될 수 있도록 거점 농산물 산지유통센터(APC) 출하 상황 등 산지 관리를 철저히 하는 한편 평시 출하되지 않는 비정형과·소형과·가공용 물량을 상품화해 소비자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등 수급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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