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3일 오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신청 관련 채권단 설명회가 열린 서울 산업은행 본점에 관련 안내가 나오고 있다. 2024.1.3
(서울=연합뉴스) 3일 오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신청 관련 채권단 설명회가 열린 서울 산업은행 본점에 관련 안내가 나오고 있다. 2024.1.3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시공능력평가 순위 16위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을 신청한 가운데 금융권 안팎에서 태영그룹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태영그룹이 지난 8일 채권단에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전액(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투입했지만 이미 태영 측에서 한 차례 채권단과의 약속을 어긴 만큼 불신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채권단과 금융당국에 이어 대통령실까지 압박을 가하자 자구안을 내놓은 태영 측에 대해 ‘남의 살 깎으려 욕심을 부리다 백기를 든 셈’이라는 비판까지 내놓고 있다.

지난해 12월 28일 태영건설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워크아웃은 기업이 자력으로 빚을 갚는 것이 불가능할 때 채권단 협의를 거쳐 대출 만기를 연장하거나 신규자금 지원 등을 논의하는 절차다. 채권단의 75% 동의를 거쳐야만 워크아웃에 돌입할 수 있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원 지원 ▲에코비트 매각 및 매각 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담보 제공을 자구안으로 제출했다.

그러나 워크아웃 신청 이후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890억원을 티와이홀딩스의 태영건설 관련 연대보증 채무를 갚는 데 쓴 것과 지난달 29일 만기가 돌아온 1485억원의 상거래채권 중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451억원을 갚지 않은 점 등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890억원이 즉각 태영건설 지원에 사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남의 뼈 깎기’ 대신 추가 자구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경영자가 자기의 뼈를 깎는 고통스러운 일을 해야 한다”며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그 정도 노력을 했으면 불가피하다’는 (공감을 얻을 정도로) 국민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역시 “자구책 이행 없이는 세금을 지원할 수 없다”고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압박이 잇따르고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태영 측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890억원을 추가로 태영건설에 투입하는 한편 그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SBS 주식까지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 번 배신한 자는 또 배신하는 법’이라는 말이 있다. 워크아웃은 채무자와 채권단이 중심이 돼 상호 신뢰와 양보를 합의해 나가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채권단 측에서 이미 한 번 약속을 깬 태영 측을 다시 믿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히 추가 자구안에 태영 측이 티와이홀딩스와 SBS 보유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는 안에 대해 ‘필요하다면’이라는 단서를 단 만큼 자구안을 미이행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워크아웃이 시작되면 돈을 빌려준 채권단이 손해를 감수해야 하고, 직원들과 협력업체들의 희생도 불가피한 만큼 태영그룹의 대주주인 오너 일가에서도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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