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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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이나 마약만큼 강력한 중독성을 보이며 개인은 물론 한 가정까지 처참하게 파괴하는 우리사회의 병폐가 있다. 바로 다단계 금융사기, 이른바 ‘폰지사기’다. 이는 놀라울 정도의 수익률을 제시하며 평범한 시민들에게 마치 특별한 기회처럼 포장돼 소개된다. 거래를 제안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을 특별하게 위장해 시민들을 현혹한다.

시작은 이렇다. 1천만원을 투자하면 가상화폐 채굴을 통해 매달 원금의 5%에 해당하는 수익금을 준다고 소개한다. 아무런 조건도 없이 단지 1천만원만 투자하면 매달 50만원씩 돈을 벌 수 있다는 논리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이지만 함께 설명을 듣는 사람 중에선 이미 투자한 지 1년 8개월이 넘어 매달 벌어들인 수익금이 누적돼 1천만원을 넘겼다는 사람도 나타난다.

점차 마음이 쏠린다. 그러다가 ‘투자금은 언제든 되찾을 수 있다’는 말에 ‘밑져야 본전이지’라며 덜컥 투자하고 만다. 한 달이 지나 약속했던 5%에 해당하는 50만원이 통장에 들어온다. 그 다음달에도, 또 그 다음달에도 어김없이 50만원이 꼬박꼬박 들어온다.

점차 믿음이 쌓인다. 그와 함께 욕심도 자란다. 1천만원을 더 투자한다. 이제 그의 통장에는 매달 100만원의 돈이 들어오게 된다. 20개월만 지나면, 1년 8개월만 지나면 그때부터는 투자한 금액(원금)을 넘어선 진짜 수익이 매달 생길 것이란 기대감에 마음이 들뜨게 된다.

이때 ‘회장’이라고 불리며 투자자를 모집하는 사람으로부터 제안이 오게 된다. 지인에게 이 투자 상품을 소개해 실제 투자금이 들어오게 되면 가상화폐를 더 빨리 채굴할 수 있게 돼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1년 8개월을 기다리지 않아도 더 빠른 원금 회복은 물론 투자금의 수익률보다 더 높은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지인들에게 이 투자 상품을 소개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이라며 믿을 수 있는 확실한 투자 상품이라고 진심 어린 말로 지인에게 투자 상품을 소개한다. 그의 지인은 그 말을 듣고 1천만원을 투자하는 건 물론이고 자신도 지인에게도 이 투자 상품을 소개해 높은 수익률을 챙긴다.

지인이 또 다른 지인에게 퍼트리고 또 그 지인이 다른 지인에게 전파해 투자자들이 점점 늘어난다. 어떤 사람은 땅을 팔고, 또 다른 사람은 집을 팔아서 모은 돈으로 투자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심지어 거액의 은행 대출까지 받아 투자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이때부터는 실제로 가상화폐가 채굴되고 있는지, 투자금에 대한 수익금을 벌어다 줄 정도로 수익사업구조가 탄탄한지 등은 중요하지 않게 된다. 오로지 더 많은 지인을 확보해 스스로의 수익률을 높이는 데만 혈안이 된다. 지인에게 소개하는 것은 그저 ‘좋은 것’으로,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무한정 수익을 가져다줄 것처럼 이야기해 투자하도록 만든다.

그러던 어느 날. 매달 통장에 들어오던 수익금이 반토막 난다. 회사에선 가상화폐 채굴 과정에 일시적인 문제가 생겨 해결 중에 있다며 문제가 해결되면 본래 약속했던 수익금을 주는 것은 물론 반토막 나 지불되지 않았던 금액까지 모두 보상해주겠다고 한다.

그렇게 3개월째 기다리던 도중 이제는 반토막 나 들어오던 수익금마저 입금되지 않는다. 회사는 정확한 정보가 파악되지 않은 해커의 해킹으로 수익금 지급 과정에 문제가 생겼다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복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니 기다려달라고 한다. 그렇게 1개월이 흘렀을 무렵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이 회사의 가상화폐 채굴이 가짜라는 것이다.

‘설마’하는 의심도 들었지만 그간 수익금이 꼬박꼬박 들어왔다는 것을 생각하며 스스로를 안심시킨다. 소문은 더욱 구체화되고 여기저기서 ‘이제 그만 투자해야 한다’ ‘당장 원금을 찾아야 한다’ 등의 말이 나왔다.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돈을 찾고 나면 문제가 해결됐을 때 보상받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니 소문 때문에 보상을 포기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투자와 소개를 멈추지 않는다. 마치 중독에 빠진 것처럼 손을 떼지 못한다.

그 사이 무성했던 소문은 점차 윤곽을 드러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장을 비롯한 회사 관계자들 모두와 연락이 끊어진다. 회사에 찾아갔지만 굳게 닫힌 문을 마주한다. 불 꺼진 사무실 내부가 보인다. 아무 인기척이 없는 적막이 흐른다. 이때 그 적막을 깨고 성난 투자자들이 나타난다. ‘모든 게 사기였냐’며 문을 두들겨보지만 이미 답을 줄 사람은 떠나고 없다. 수많은 투자자를 모았던 ‘회장’이라는 사람은 그렇게 전형적인 ‘폰지사기’ 행각을 벌이고 잠적한다.

소설 같은 이야기지만 이러한 안타까운 일들이 지금도 우리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사무실조차 없이 대여한 장소에서 설명회를 열고 이런 행각을 벌이는 사기꾼들도 있다.

이들은 후발 투자자의 돈을 사용해 선발 투자자에게 수익금이라는 이름으로 돈을 지급하면서 별도의 수익사업 없이 오로지 투자금으로만 회사를 유지한다. 그러면서도 마치 사업을 통해 수익이 나서 수익금을 주는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인다.

그러다 더 이상 신규 투자자를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가진 돈을 모두 들고 잠적해 버린다. 여기에 속은 사람들은 전 재산은 물론 집도 잃고, 지인도 잃고, 가정에서도 외면받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이는 분명한 우리사회의 병폐다.

도박 중독만, 마약 중독만 문제가 아니다. 잘못된 다단계 투자에 현혹돼 거기서 헤어나올 수 없는 것 또한 심각한 중독이다. 도박이나 마약으로 인한 중독에서 탈출할 수 있게 여러 제도와 장치, 시설, 전문가, 예방대책 등이 존재하는 것처럼 잘못된 투자에서도 빠져나올 수 있도록 관련 제도와 장치, 시설, 전문가, 예방대책이 필요하다.

단순히 ‘사기를 당했네’라고 볼 문제가 아니다.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씩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한 적절한 안전장치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피해자들을 이용해 돈을 가로채려는 사기꾼들은 계속 나타날 것이다.

폰지사기를 치던 주범이 감옥에 들어가고 나면 주범 밑에 있던 직원이 그 똑같은 방식으로 사업 이름만 바꿔서 사기를 친다. 이들의 사기에는 ‘김남국 코인’이 얽혀있다거나 심지어 대통령 부인의 이름까지 거론되기도 한다고 한다. 또 ‘마늘밭’으로 유명한 사건이 언급되기도 한다.

이 모든 정보가 정확하지 않아 사실 확인이 필요한 내용들임에도 사기 현장에선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오로지 돈에 현혹돼서 사업과 연결해 사람을 속일 수 있는 재료라고 판단되면 무엇이든 가져다 쓰려는 사기꾼들이 더 이상 계속해서 활개치도록 놔둬선 안 될 일이다. 지금이라도 이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대책·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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