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금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처음으로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하락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이 2차 조정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거래침체와 함께 집값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천지일보 2023.12.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금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처음으로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하락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이 2차 조정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거래침체와 함께 집값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천지일보 2023.12.19.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올해 전세계약 만기라 수원으로 이사가기로 했습니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1억원 올려달라고 했는데, 직장인이 1억원이 어디있나요. 초등학생인 딸이 둘 있어 아파트를 찾고 있는데 서울에선 마땅한 곳을 구하기 어렵네요.

회사가 을지로에 있어 출근에 드는 시간만 편도로 1시간 반 걸릴 것 같아요. 왕복하면 3시간 걸리는데, 그래도 어떻게 합니까. 서울에서 일 하는 한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직장생활만 10년 이상 한 두 아이의 아빠 이모 과장은 이같이 말했다. 

‘갑진년’ 새해에도 많은 직장인들이 보금자리를 찾아 주택 시장과 임대차 시장을 살펴본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오를 대로 오른 집값 때문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지난해 12월 기준 12억 6천여만원이다. 분양가도 지난달 26일 부동산R114 통계 기준 3.3㎡당 3508만원을 기록했다. ‘국민평형(33평형·84㎡)’ 아파트를 사려면 적어도 11억 5천만원은 있어야 한다.

서울의 PIR(Price Income Ratio) 지수도 15.2년이다. 직장인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5년을 넘게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과장의 경우 맞벌이가 아니라면 5년을 더 일해야 한다.

서울 아파트값은 원래도 비쌌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폭증했다. 지난 2020년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하면서 3월 ‘제로금리(0%대 기준금리)’가 시작됐고, 정부는 2022년 5월 말까지 8회에 걸쳐 재난지원금을 183조 3천억원 풀었다. 우리나라 한 해 예산(지난해 기준 657조원)의 28%에 달하는 자금이 시장에 풀렸다는 의미다.  

팬데믹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았지만 시장에 풀린 돈에는 ‘자비’가 없다. 풀린 자금은 주택 시장으로 흘러들어갔고, 그 결과 서울 아파트값은 3억원이 넘게 뛰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20년 3월 9억원대였던 서울 아파트값은 오늘날 12억원을 웃돌고 있다.

문제는 한번 오른 집값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유는 주택을 ‘자산’으로 보는 문화에 있다. 만약 누군가가 규제나 정책, 혹은 방치로 집값을 떨어트린다면 ‘내 자산에 해를 가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정치인들이 전문가의 반대에도 시장에 개입하는 이유다.

제로금리가 5%대로 오른 현재도 이 같은 논리는 계속됐다. 금리가 오르면서 자금줄이 막혔고, 집값이 떨어져야 했다. 하지만 정부는 서울 강남3구와 용산 등을 제외한 전 지역의 부동산 규제를 풀었고, 집을 사라고 ‘특례보금자리론’까지 풀었다. 그 결과 서울 아파트값은 여전히 평균 12억원이다.

그 기조는 새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국토부 수장이 박상우 장관으로 교체됐지만, 정부는 여전히 ‘규제 완화’와 ‘특례 대출’ 카드를 꺼내들었다. 집값은 비싸지만 대출 이자를 싸게 해줄테니 집을 사라는 의미다.

집값을 보호하려는 시도가 무엇을 낳았는지는 자명하다. 지난 2022년 우리나라 출산율은 0.778명을 기록했다. 남녀가 결혼해 0.7명을 낳는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전쟁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우려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는 국가 경제에 큰 위기로 번질 수 있다. 하지만 인구 감소는 국가의 미래가 걸린 일이다. 현재 집값 수준을 유지하면서 출산율이 개선될 거라고 보는 사람은 없다. 정부는 이제 선택을 내려야 한다. 집값을 지킬지 미래를 지킬지 말이다.

이 과장은 새로 이사가는 수원이 좋다고 했다. 하지만 그 말이 진심에서 한 말인지 집값 때문에 한 말인지는 고민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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