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사들, 일부 건설사 신용등급 ‘하향’ 조정
건설업계 “자금줄 막힐라” 신용 하락에 ‘촉각’
“개별기업 사안, 건설업 전체 확대해석 안 돼”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9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 있는 타워크레인의 모습. ⓒ천지일보 2021.1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9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 있는 타워크레인의 모습. ⓒ천지일보 2021.11.9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보증 규모가 135조원에 육박하는 가운데 GS건설,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대형 건설사들의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업계 16위 태영건설이 PF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조정)을 신청하면서 건설업계 전반이 위태롭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다. 신용평가사들은 이에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을 보수적으로 책정하기 시작했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신용평가사들은 건설업계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지난달 29일 보고서를 통해 GS건설(시공 능력 5위), 롯데건설(8위), HDC현대산업개발(11위), 신세계건설(32위) 등 4곳의 전망을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들 건설사 중 3곳은 업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던 대형 건설사다.

한신평이 이들 건설사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PF 부실 우려 때문이다. 건설업은 통상 시행사가 대출을 통해 PF 사업을 진행하지만 높은 이자 부담에 채무가 건설사로 떠넘겨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건설사가 PF 우발채무를 맡아야 하지만 자금 규모가 커 건설사도 감당하기 쉽지 않다.

한신평은 “금융시장 내에서 건설 및 부동산 PF 관련 업종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화했다”면서 “건설사들은 당분간 신규 자금조달은 물론 기존 차입금과 PF 유동화증권 등의 차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연초부터 경기대응력이 저하된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PF 우발채무와 유동성 대응 상황, 미분양, 공사대금 미회수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신용도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신용등급 재검토 대상 건설사로는 GS건설(A+), 롯데건설(A+), HDC현대산업개발(A), 신세계건설(A)이 거론된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금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처음으로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하락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이 2차 조정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거래침체와 함께 집값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천지일보 2023.12.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금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처음으로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하락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이 2차 조정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거래침체와 함께 집값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천지일보 2023.12.19.

한국기업평가(한기평)도 지난달 27일 ‘건설업 단기등급 정기평가 결과 및 전망’ 보고서를 내고 GS건설, 동부건설의 신용등급을 하향했다. 또 신세계건설의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기평이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을 하향한 이유도 급증하는 재무 부담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투자를 늘리면서 이자 부담이 늘었고, 주택경기 침체 등으로 단기간 내 건전한 재무구조를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GS건설의 올 상반기 말 기준 도급사업 관련 PF 보증액은 1조 6221억원이고 미착공 비중은 91%다.

건설사들이 신용등급에 촉각을 세우는 이유는 자금조달 때문이다. 신용등급이 떨어지거나 전망이 어두울 경우 대출 이자가 높아지거나 심한 경우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PF 부실로 태영건설과 같은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업계 전체 문제로 확장하기에는 섣부른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PF 시장의 상황을 감안하면 향후 유사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며 “금융기관들은 신규대출, 만기연장, 브릿지론 전환 등과 관련해 건설업에 더욱 보수적인 방침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개별 기업의 사안을 건설업 전체로 확대 해석하진 않았으면 한다”면서 “조선이나 철강처럼 업체 수를 손으로 꼽을 수 있는 분야와 달리, 건설업체는 다수이기 때문에 일부 기업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전체 건설산업이 쓰러지거나 위기에 빠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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