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K-팝은 방탄소년단의 활동과 무관하게 브랜드 가치는 물론이고 장르적 포지셔닝을 확보하는 2024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스트레이키즈, 뉴진스, 아이브, 르세라핌, 세븐틴, 엑소,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의 활약을 생각할 수 있다. 4세대 아이돌만이 아니라 5세대 아이돌의 활약도 많이 늘어날 수 있다. 특정 그룹 하나가 이끌어가기보다는 매우 다양한 아이돌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새롭게 선을 보이는 글로벌 아이돌 그룹의 활동은 이전보다 매우 빠른 주목을 받을 수 있고 성장 속도도 매우 빠를 것이다. 이 때문에 예측하기 쉽지 않은 2024년이 된다. 아울러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영화계는 코로나19 팬데믹의 그늘이 남아 있는 가운데 봉준호 등의 명장 감독들이 돌아오는 한 해가 될 것이다. 그런데도 그런 명장들이 흥행을 좌우할 여지는 매우 제한될 것이다. 이는 배우의 캐스팅이나 자본력과도 별개의 현상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 2024년 한 해 동안 새로운 감독과 참신한 작품들이 선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블록버스터 영화들보다는 가성비 좋은 영화들의 손익분기점 달성이 반가운 일이다. ‘범죄도시’와 같은 프렌차이즈 영화는 여전히 선방할 가능성이 크지만, 영화를 봐야 할 명분과 실제를 두루 갖춘 작품은 지명도와 관계없이 충분히 그 결과를 보여줄 수 있게 된다. 무거워도 영화의 관람 효과에 적합하면 신구 세대를 막론하고 반응을 끌어낼 수 있다.

OTT 콘텐츠에서 드라마 시리즈는 물론 예능 시리즈도 여전히 주목받을 것이다. 드라마도 ‘오징어 게임 2’나 ‘지금 우리 학교는 2’ ‘스위트 홈 3’처럼 연작 시리즈가 눈길을 끌겠지만, 전작을 넘기는 힘들 것이다. 그 때문에 새로운 오리지널 창작 시리즈가 관건이 되는데 이 또한 ‘오징어 게임’의 아우라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비록 넷플릭스 시리즈는 힘이 빠지겠지만 디즈니 같은 다른 OTT 플랫폼의 선전이 있을 것이다. 다만 국내 OTT도 몸집을 불릴 수는 있으나 ‘무빙’과 같이 550억 원 이상의 제작비를 투여하는 경우 부담이 있을 수 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가성비 좋게 만들어 가심비에 이르는 길을 가야 한다. 기존 방송 드라마 작법을 유지할수록 아시아에 머물 것이다.

웹툰 콘텐츠는 계속 성장 가도를 달리는 한 해가 된다. 특히, 해외 플랫폼을 중심으로 성장을 당분간 계속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국내 웹툰 플랫폼 성장의 제약이 걸리게 되는데, 이는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해야 하는 과제와 맞물려 있다. 2024년에도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가 다수 제작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여전히 웹툰의 명성에 너무 의존하는 것은 독이 될 수 있다. 웹툰 흥행작은 시류에서 좀 벗어날 수 있기에 각색을 트렌드 있게 가하는 것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직접 원작자가 참여하는 각색이 늘어날 것이다.

디지털 콘텐츠는 비동(非同)의 공간(空間)성에서 동시성(同時性) 소비의 특징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같이 있지 않은 다른 공간성 속에서 동시에 콘텐츠를 향유하려 한다. 여전히 중요한 것은 참여감에 따라서 성취감을 줄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가 화제성은 물론 트렌드를 구가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일반적인 SNS 콘텐츠만이 아니라 게임 콘텐츠에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다. 이는 비단 디지털 공간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한국에 대한 외국인의 관광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한국의 젊은 세대가 누리는 트렌드를 같이 호흡하려는 특징은 더욱 확장될 것이다. 이는 뷰티나 음식은 물론 패션 그리고 일상 레저나 취미 활동까지 모두 다 같이 누리려는 측면이 더 강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점은 실질적으로 한국의 생활문화 한류를 의미하는데 직접 한국 방문에 따른 실망감을 최소화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리얼리즘과 판타지 사이에서 K-콘텐츠는 한류 현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한쪽으로 너무 치우쳐도 주목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장르 간 융복합의 역동성을 생각해야 한다. 또 하나 어려운 것은 그동안 발견한 흥행 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기존의 성공 사례들은 잊고 새롭게 세계인들과 같이 호흡한다는 점에서 임해야 한다. 대규모 킬러콘텐츠보다는 취향의 킬링콘텐츠를 만드는 데 진력하는 사례들이 좋은 결과를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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