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Alison Swift)가 일으키는 경제효과를 이른바 스위프트노믹스(Swiftonomics)라고 한다. 이는 음원이나 음반 그리고 콘서트가 만들어내는 자체 효과만이 아니라 그 외의 부가 경제 효과를 포함한다.

그 외에 부가 경제 효과는 호텔, 교통, 숙박, 식음료 등에서 관객들이 발생시키는 매출 효과를 말한다. 전체적으로 50억 달러(한화 약 6조 3500억원) 정도 이른다는 분석이었다.

우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개월 동안 총 52회 콘서트 투어의 수익이 10억 달러(한화 약 1조 2700억원)로 미국 콘서트 역사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스위프트노믹스를 인정했다. 필라델피아 공연에 지역 호텔 매출은 최고치고, 시카고 투어에서는 4만 3000회의 대중교통 추가 이용이 있었다.

사실 이러한 경제적 효과는 방탄소년단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부산이나 서울에서 공연할 때 해외에서 오는 외국인들이 콘서트 티켓만이 아니라 야광봉, 굿즈 구매에 상당한 비용을 쓴다. 그들이 머무는 식당과 호텔, 쇼핑몰의 매출 효과도 익히 확인되었다. 2022년 4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방탄소년단의 1회 공연당 6779억원에서 최대 1조 2207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측했다.

그런데 방탄소년단은 테일러 스위프트와 비교할 수 없는 점이 있다. 아이돌 그룹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이는 방탄소년단에 비교했을 때 테일러 스위프트가 솔로 가수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음악적 범위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컨트리 음악을 시작으로 다양한 음악 장르에 확장성을 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 컨트리 음악은 코어 팬덤을 만드는 핵심 동인이었다. 그것 위에 다양한 팬덤이 붙으면서 눈덩이 효과를 낳았다. 이러한 점은 흑인 음악에 경도되었던 미국은 물론 세계 여러 나라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점은 음악적 소외를 당했던 백인만이 아니라 고연령대에서도 열렬한 지지를 끌어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편안하게 누구나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선보였고 이것은 포괄할 수 있는 팬들의 영역이 넓어지는 것을 의미했다. 갈수록 파편화되고 쏠림 현상이 심해지는 음악 산업에서 스위프트가 주는 함의는 매우 컸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수용하기 편한 중범위의 노래가 필요했던 것이다.

사실 한국에서도 사례가 있다. 이러한 점은 임영웅의 노래에서 충분히 알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미국에 컨트리 음악이 있다면, 한국에는 트로트라 칭하는 가요가 있다. 비록 임영웅은 음악적 기회를 위해서 트로트 장르를 선택했지만 실용음악 전공자로서 다양한 음악을 구사할 수가 있었다.

정박과 정음이라고 하는 기본 가락과 리듬, 그리고 중간 발성 톤으로 편안한 음악을 들려주었다. 이러한 임영웅이 음악은 디지털 모바일 시대에 맞았다. 가창력이 돋보인다는 지르는 창법은 한번 들으면 좋을 수 있지만 반복할수록 감정의 소진은 물론 피로감을 유발한다. 항상 음악을 듣고 지낼 수 있는 디지털 모바일 환경에서는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계열의 음악이 더 수용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히 아날로그나 복고 코드로만 볼 수 없는 보편적인 특성에 미디어 콘텐츠 환경이 만들어낸 음악 수용의 현상이다. 음악적 보편성은 대중성을 확보하는 데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싱어게인 3’에서 이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싱어게인 3에서는 소수빈, 신해솔, 이젤 등 많은 팬덤을 지닌 가수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으로 가수 홍이삭이 많은 팬을 거느리는 현상에 대해 이견을 표출하는 현상도 있었다.

왜 홍이삭이 인기가 있는 것일까? 단지 외모적인 측면 때문일까? 이러한 점은 앞선 논의에서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홍이삭은 중범위의 보편적 노래를 하기 때문이다.

음악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좀 더 많은 이들이 좋아할 수 있는 개성과 취향이 있을 수 있다. 보편성이라는 이름으로 칭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옳을 수는 없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되도록 포용하고 그것을 융화시키는 노력이 테일러 스위프트 그리고 임영웅에 이어 홍이삭에게도 있는 것이다. 그것을 아무나 할 수도 없는 것이기에 스타성은 그 점에서 달라지고 빚진다. 장르적 개별성이 디지털 모바일 시대에 들어서면서 더욱 분화하는 것 같지만 대중적 인기는 물론 경제적 효과의 최대화 면에서는 이런 개별적 분화를 모아내는 작업과 콘텐츠가 힘을 크게 발휘한다. 이러한 점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 테일러 스위프트 현상일 뿐이다. 케이팝으로 세계 시장에서 음악적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는 우리가 분명히 주목해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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