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그룹 ‘에이티즈(ATEEZ)’가 정규 2집 ‘더 월드 에피소드 파이널: 윌’로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하자, 흙수저 아이돌로 최초의 1위 기록이라는 평가가 언론을 장식했다. 여기에서 흙수저 아이돌은 대형 기획사가 아닌 중소 기획사 출신이라서다. 보이그룹 에이티즈도 ‘빅4’ 기획사(SM, JYP, YG, HYBE) 소속이 아니라 KQ 엔터테인먼트이기 때문이다. 가까운 예로 지난 11월 25일 자로 ‘스트레이키즈(Stray Kids)’가 미니 앨범 ‘樂-STAR(락스타)’로 빌보드 200에서 네 번째 1위를 차지했는데, 그들은 대형 기획사 JYP 소속이었다. 지난 여름에는 뉴진스가 연령대가 낮고 데뷔 경력이 짧은데도 빌보드 200 차트 1위를 기록했는데, 역시 대형 기획사 하이브 계열 소속이었다.

물론 그룹 에이티즈가 4대 기획사에 속하지 않는 것은 맞지만, 중소기획사 흙수저 아이돌로 최초의 빌보드 200을 기록한 것은 아니다. 바로 방탄소년단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이 2018년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로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할 때, 중소 기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소속이었다. 흙수저 중소돌의 기적이라는 말을 그들이 만들었다. 더구나 그들은 9월에는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LOVE YOURSELF 結-Answer)’로 다시 한번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인 최초로 빌보드 200에서 1위를 한 것도 모자라 중소돌이 두 번이나 1위를 차지해 깜짝 놀랐다. 이때 그들을 병역 특례 시키자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도 나왔다. 어쨌든 방탄소년단의 성공으로 작은 기업이었던 빅히트는 하이브로 글로벌 기획사가 됐다.

중요한 것은 빅히트가 하이브라는 거대 기획사가 된 성공 모델이 다시 나올 수 있는가에 있다. 예컨대, 2022년 11월 데뷔한 피프티피프티(FIFTY FIFTY)의 경우다. 그들의 데뷔곡 ‘큐피드’는 미국 빌보드 ‘HOT 100’에 데뷔 5개월 만에 최단기 진입했고, 최고 순위 17위까지 기록했다. 역시 피프티피프티는 중소기획사 어트랙트 소속으로 흙수저 중소돌인데, 25주 연속 차트인까지 했다. 이는 K팝 걸그룹 최장 진입기록이었다. 대형 기획사도 못 한 일인데 영국 오피셜 차트 ‘싱글 차트 톱 100(Singles Chart Top 100)’에서도 최고 순위 8위로 최단기간에 차트에 진입한 것은 물론 K팝 여성 걸그룹으로 10위에 최초로 진입했다. 그리고 무려 22주 차트인의 기록을 세웠다. 빌보드와 마찬가지로 이는 K팝 걸그룹 최장 진입기록이었다. 까다로운 영국 차트에서 보여준 성과는 빌보드보다 더 각별하게 다가왔다. 더구나 틱톡의 연례 음악 보고서에 따르면 K팝 걸그룹 피프티피프티의 ‘큐피드’ 트윈버전(Cupid – Twin Ver.)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있기 있는 2023년 틱톡 노래(TOP 2023 TIKTOK SONGS GLOBALLY)에 선정이 되기도 했다. 빌보드의 ‘2023년 연말 차트(YEAR-END CHARTS)’에서는 13개 부문에서 성과를 냈다.

하지만 피프티피프티는 이런 성과에도 멤버들이 소속사와 법적 다툼을 통해 분쟁 갈등 중이다. 걸그룹인데 오로지 키나 혼자 외롭게 활동하고 있다. 많은 팬이나 전문가들은 피프티피프티가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으며, 그 소속사도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었을 것으로 전망했는데 분쟁에 휘말려 안타까움을 나타낸 바 있다. 어느 때보다 K팝이 브랜드 가치를 갖게 되면서 중소기획사나 데뷔 경력에 관계 없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더욱 매니지먼트와 위기관리가 필요해지고 있다. 너무 빨리 성장을 하거나 주목을 받으면 이에 합당한 리스크 헷징(hedging)이 따라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그룹 에이티즈의 경우 갑자기 벼락스타가 된 것은 아니라서 긍정적일 수 있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왔기 때문이다. 2018년 10월 데뷔한 그룹 에이티즈는 빌보드 200 차트에서 2022년 7월 미니 8집으로 3위, 2023년 6월 발매한 미니 9집으로 2위를 차지했고, 이번 정규 2집으로 마침내 1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요즘 가장 강력한 글로벌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음반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기 때문에 그 가치가 각별할 수 있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서 올해 최고의 음반 판매량을 기록한 ‘세븐틴’도 있지만, 그들 역시 대형 기획사 하이브 소속이다. 대형 기획사 자체가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중소돌의 성공은 K팝이 가진 젊은 세대의 꿈과 희망 실현을 의미한다. 성공과 다양성의 선순환 면에서 흙수저 중소돌의 성공은 필요하다. 이는 전반적으로 경제적인 상황이나 미래의 전망이 불투명하거나 어두운 상황에서 K팝이 보여주고 있는 성공 모델이 계속 주목받는 이유이고, 그룹 에이티즈 같은 사례가 많이 나와야 하는 배경이다. 그룹명인 ATEEZ는 ‘A TEEnage Z’인데 ‘10대들의 모든 것’, 그러니까 10대처럼 활동적이고 열정적인 그룹을 의미한다. 미래는 청춘들의 것이다. 그래미가 아무리 인정을 하지 않으려 해도 미래는 세계 청춘들이 선호하는 K팝의 무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흙수저 중소돌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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