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사회운동을 통한 변화는 시민이나 국민의 공감을 통해 문화적 변화를 끌어내고 제도적 법적인 적용을 하거나 그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제도적 법적 적용은 관련 사안을 기존의 법에 적용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며,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미비한 관련 법을 개정 혹은 제정하거나 정책적 행정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정책 조치는 행정 재량이나 규칙의 제정을 포함한다.

몇 년 전부터 관련 시민단체들은 물고기의 고통 때문에 산천어축제가 폐지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서 시민단체들은 산천어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환경오염 문제도 지적하지만, 중점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산천어에 가해진 인공적인 환경이다. 환경 문제를 개선해도 산천어를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다.

산천어축제 반대단체들은 집단 양식한 산천어 수백만 마리를 좁은 공간에 굶주린 상태에 처하게 하고 이를 낚시로 잡게 하는 방식을 지적한다. 동물 학대라며 검찰에 고발도 했지만, 검찰은 산천어는 식용이라는 이유를 들어 각하했다. 당연히 시민단체들은 검찰을 규탄하기도 했다. 직접 화천군을 압박하는 시위도 벌여오고 있다.

이러한 대목에서 주목하는 점은 산천어축제에 참여하는 시민과 국민은 배제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왜일까? 산천어축제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이뤄진다. 산천어 축제는 찾지 않는 시민이나 국민이 없다면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누가 억지로 동원하여 이뤄지는 관제 행사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산천어축제를 주최하는 지자체는 수요에 따라 계속 행사를 열 것이다. 이 산천어 축제는 전시 행정이나 치적을 위한 예산 집행이 아니라 상당한 수익 사업으로 자리를 잡기 때문이다. 결국, 수입이 나지 않는다면 이를 열 수 없을 것이다.

왜 시민이나 국민은 반대 운동에도 계속 참여할까? 동물 범주 때문이다. 동물이라고 해도 양서류와 어류는 포유류와 다르다. 바닷속에 사는 동물이라 해도 사람들이 돌고래나 밍크고래 등에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사람과 고래가 같은 포유류에 속하기 때문이다. 특히 어류에 대한 고통의 강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산천어는 자연적인 생육이 아니라 인공 생육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동물 복지가 인간의 삶과 연계되는 현실적인 측면이 부각되어야 한다.

산천어축제가 제한되거나 열리지 않아야 하는 것은 이것이 반교육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공익적인 행사라고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산천어축제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 가치의 한계를 지적하고 형성하여 시민과 국민이 참여하는 그것에 성찰하도록 하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시민운동은 이러한 문화적 과정을 생략한다. 이런 사례 때문에 이전에도 시민 없는 시민운동이라는 말을 들었다. 바로 법원에 호소하거나 입법적 시도를 통해 강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법치주의 우선을 통해 문치주의를 통한 공화국 원리를 제한하는 일을 반복해 왔다. 국민은 자신들의 판단이나 선택과 관계없이 어느 날 갑자기 생긴 법에 따라 문화적 자율 선택을 상당히 제한당하고는 했다.

만약 산천어가 아니라 새우나 빙어였다면 어떠했을까? 새우나 빙어도 역시 동물이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아니라면 이는 윤리 관점에서 종(種) 차별적인 행위일 수 있다. 고양이처럼 귀엽거나 산천어처럼 몸집이 크고 큰 눈이 확연하게 드러날수록 그 고통을 더 부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법적인 틀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면, 산천어를 식용의 범주에서 풀어야 하는 법에 따른 투쟁이 필요했을 것이다. 아니면 산천어가 반려동물의 차원이라는 점을 확증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산천어는 인간의 삶 속으로 들어와 있지 않다.

분명 산천어축제는 고통이나 환경을 넘어서 반교육적인 행사라고 할 수 있다. 문화행사라기보다는 카니발리즘에 해당한다. 물론 긍정적인 기능이 있을 수 있다. 자연 상태의 물고기를 남획하기는 대신 양식된 물고기를 수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린이나 청소년이다. 이른바 손맛을 보기 위해 인위적으로 생명을 희생시키는 것은 어린 아동들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학습이다. 재미를 위해서 생명을 파괴하는 쾌락 답습은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린이들이 이러한 산천어축제에 출입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한다고 해도 산천어의 상황에 대한 면밀한 정보 제공을 의무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 각 가족, 보호자들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19금 출입이라는 것이 반드시 성적 콘텐츠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생명과 생태에 관한 사안에 관해서도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물고기 살육 축제를 지자체에 타격을 덜 주게끔 줄여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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