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소비자연합 조사 결과
정부, 양 줄이기 꼼수에 대응
공정위, 과태료 최대 1천만원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서울의 한 대형마트 과자 코너에서 고객들이 상품을 고르고 직원이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4.9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서울의 한 대형마트 과자 코너에서 고객들이 상품을 고르고 직원이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4.9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최근 슈링크플레이션 현상이 곳곳에서 보이는 가운데 대형마트의 자체 브랜드(PB) 가공상품 중에서도 이러한 사례가 나타났고 일부 제품은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이 지난 10월 1~14일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PB 가공식품 1400여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42개 중 44.1%가 지난해보다 값이 올랐다.

이마트의 383개 제품 중 197개, 롯데마트의 176개 중 71개, 홈플러스의 183개 중 59개 가격이 각각 오른 반면 가격이 동알한 제품은 330건, 인하된 제품은 85개에 그쳤다.

대형마트 3사의 PB 가공식품 중 가격이 인상된 상품 수는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2022년 국제곡물가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PB 상품 가격이 오른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 피코크의 ‘된장찌개요리재료(780g)’ 제품은 2022년 당시 5980원이었으나 올해 7980원으로 33.4%(2000원) 인상됐다.

롯데마트의 온리프라이스에서 새 PB 브랜드 ‘오늘좋은’으로 변경된 24개 제품 중 20개의 가격이 인상됐으며 초이스엘에서 오늘좋은으로 변경된 3개 상품 역시 모두 가격이 올랐다.

온리프라이스 ‘마일드 블렌드(홀빈)’ 원두 상품의 경우 2022년에는 1㎏에 1만 2000원이었으나 올해 조사 당시 오늘좋은으로 브랜드명이 변경되면서 같은 용량이지만 1만 5900원으로 32.5%(3900원)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홈플러스의 심플러스 상품 중 꽃소금 1㎏이 990원에서 1990원으로 101%, 굵은 소금 1㎏은 2490원에서 4790원으로 92.4%(2300원) 인상됐다.

대형마트 3사 PB 상품 중 가격 인상 상품 비율. (제공: 한국여성소비자연합)
대형마트 3사 PB 상품 중 가격 인상 상품 비율. (제공: 한국여성소비자연합)

가격은 그대로지만 양을 줄인 슈링크플레이션 사례도 9건 있었다. 이마트 PB 브랜드 ‘피코크’의 ‘맛있는 순대’ 제품은 지난해 조사에서 1200g에 8980원이었으나 올해 1000g으로 양이 적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용량 대비 가격이 20%가량(149.7원) 인상된 셈이다.

롯데마트 PB 브랜드 요리하다의 ‘모짜렐라 치즈볼’은 360g에 6490원이었으나 올해 336g으로 줄어 128.8원 인상된 것이다. 온리프라이스의 ‘스위트칠리소스’도 350g에 2000원이었으나 300g으로 용량이 줄어 16.7%(약 95.2원) 인상 효과를 보였다.

이 외에도 이마트 노브랜드의 ‘밀크초콜릿’, 롯데마트 온리프라이스의 ‘달콤고소짱스낵’ ‘클래식 돈까스소스’, 요리하다의 ‘물만두’ ‘고기왕만두’ ‘얇은피 김치왕만두’ 등의 용량이 적어졌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은 “PB 가공식품 1370개 중 가격 비교가 가능한 상품 742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품절이나 브랜드명 변경 등으로 비교가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PB 상품의 경우 소비자 반응에 따라 제조사나 제품명 등을 바꾸면서 가격도 올리는 경우가 있어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 여부를 잘 모르고 지나칠 수 있다”며 “가성비를 앞세운 대형마트 PB 상품도 매년 가격 인상이 이뤄지는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슈링크플레이션 해당 상품. (제공: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슈링크플레이션 해당 상품. (제공: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슈링크플레이션은 ‘줄다’ ‘감소하다’는 뜻을 가진 슈링크(shrink)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 등으로 인해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부분도 한계가 있어 원가 부담을 조금이라도 방어할 수 있게끔 제품의 가격은 기존대로 유지하는 대신 제품의 크기 및 중량을 줄이거나 품질을 낮춰 생산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같이 최근 전 세계적인 고물가 속에 기승을 부리는 슈링크플레이션에 정부가 단속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소비자기본법 제12조 2항에 근거한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 지정 고시’ 개정안을 내달 16일까지 행정 예고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제조사가 용량 등 상품의 중요사항이 변경됐음에도 이를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을 경우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이는 정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용량 축소(슈링크플레이션) 등에 대한 정보 제공 확대 방안’의 후속 조치로 개정안에는 제조업자가 용량 등 상품의 중요사항이 변경됐음에도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는 행위를 ‘사업자의 부당행위’로 지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적용 대상 품목은 산업부 고시의 단위 가격 표시 의무 품목, 한국소비자원(소비자원)의 참가격 조사 대상 품목,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의 가격조사 품목 등 국민 실생활에 밀접한 품목들이 토대로 선정됐다.

고시 적용 대상 제조사는 용량 등 중요사항이 바뀌면 이를 소비자원에 통보하고 포장 등에 표시하거나 홈페이지·판매 장소에 게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바뀐 내용을 알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차 위반에 500만원, 2차 위반은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대형마트 PB 상품 가격 변동 비교 분석표. (제공: 한국여성소비자연합)
대형마트 PB 상품 가격 변동 비교 분석표. (제공: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소비자원은 제조사와의 자율 협약을 통해 제조사 및 유통사로부터 제공받은 정보를 종합‧분석해 용량 변경 관련 정보를 참가격 및 소비자24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정기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내년부터 가격조사전담팀을 신설하고 참가격 모니터링 대상을 현재 128개 품목(336개 상품)에서 158개 품목(500여개 상품)으로 확대하고 가격 정보에 더해 중량변동 정보까지 조사해 관련 정보를 상시 제공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대규모 점포의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실시되는 단위가격 표시의무제도의 표시 대상 품목을 현재의 84개 품목에서 보다 확대하는 한편 온라인 매장에서도 단위가격을 표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환경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생활 화학제품이나 식품 등의 용량이 변경돼 단위가격(출고가 기준)이 상승하는 경우 포장지에 용량 변경 사실을 표시하도록 해 소비자가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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