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당내 계파 갈등이 더욱 심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표가 비명(비이재명)계를 위시한 비주류로부터 퇴진 요구를 거세게 받고 있는 것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연말까지 당 통합과 혁신을 위한 변화를 보여주지 않으면 탈당 후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사법 문제가 없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2선 후퇴를 여러 번 했다”며 “통합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가 그렇게 어렵나”라고 말했다.

사법 리스크를 안은 이 대표가 사퇴한 뒤 주류와 비주류를 망라한 인사들이 모두 참여하는 비대위를 꾸리는 게 총선에서 이기기 위한 선결 조건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는 비주류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이 꾸준히 주장해온 내용이기도 하다.

이낙연 전 대표가 신당 움직임을 보이자 117명 의원들이 연판장을 만들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김민석 의원은 “힘을 모아야 할 시기에 집중하지 않고 오히려 당내 문제에 (비난을) 돌리거나 시대의 과제가 정확히 뭔지 알지 못하는 것이 전형적인 사쿠라(변절자) 노선”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김은경 혁신위가 실패한 뒤 이재명 대표를 추종하는 친명 체제가 더욱 굳어졌다. 당헌까지 바꿔 극렬 지지층의 목소리를 더욱 키웠으며, 86세대 정치인들이 여전히 당을 장악한 채 세대교체를 가로막고 있다. 아직도 수십년 전 학생운동 이력을 총선 공천에서 논쟁거리로 삼고 있으며, 전대협 세대니, 한총련 세대니 하는 그들만의 갈등이 불거지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한동훈 비대위가 들어선 국민의힘에 변화의 주도권을 빼앗긴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내년 총선에서 어느 때보다 두터워진 중도층을 잡기 위해선 구태 정치를 바꾸지 않으면 여당과의 경쟁에서 질 수 있다. 민주당은 내부 분열상을 정비하고 적극적인 변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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