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되기 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선전·선동을 하기 좋게 딱 시점을 특정해서 만들어진 악법”이라며 “국회 절차 내에서 독소 조항을 제거하고 총선 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 앞에 예외는 없어야 한다”는 한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총선 후 문제 조항을 수정한 새 특검법을 낼 경우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인 것이다.
야당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처리하겠다고 예고해 놓고 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김 여사가 관여했는지 밝히기 위한 것이다. 문재인 정권 때 친정부 검사들이 1년 8개월간 이 사건을 수사했지만 김 여사의 혐의를 찾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특검으로 다시 뒤지겠다는 것은 김 여사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을 발판으로 삼아 ‘김건희 주가 조작 의혹’을 재점화해 내년 총선 때 여권 타격용으로 써먹으려는 속셈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한 장관이 특검법을 악법이라고 주장한 근거는 3가지다. 야당만이 특검 후보를 추천할 수 있고, 수사 상황을 생중계할 수 있으며 야당이 총선에 정치적으로 활용할 소지가 높다는 점이다. 특검은 보통 여야가 합의해 추천해왔다. 하지만 민주당 특검법은 국민의힘을 빼고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만 추천권을 갖도록 했다.
본회의 회부 법안을 보면 3조는 대통령이 소속된 교섭단체는 후보자를 추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국민의힘을 제외하고 민주당, 정의당 등이 추천한 2명의 후보 중에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하도록 했다. 또 12조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피의사실 외의 수사과정에 관한 언론 브리핑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특검이 총선용 정략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특검의 수사 기간도 문제다. 민주당 계획대로 연내에 특검법을 통과시킬 경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2주간의 특검 임명 절차와 20일의 준비 기간을 거쳐 내년 2월 중순부터 1차 70일에 30일을 더 해 수사할 수 있다. 총선을 치르는 4월 10일까지 특검이 계속될 것이다. 이 기간 중 ‘김건희 이슈’는 모든 현안을 빨아들이며 선거판을 흔들 것이다. 이런 상황이 초래된 것은 여당과 검찰의 책임도 있다.
법안은 올 4월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만큼 여당엔 8개월 협상 시간이 있었다. 또 검찰은 김 여사 계좌가 주가조작에 활용됐다는 1심 판결까지 나왔지만 “보완 수사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미뤄왔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반발 여론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김 여사는 특검을 통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면 오히려 떳떳할 수 있다. 하지만 특검이 민주당 선거 정략에 이용 돼서는 안된다. 야당은 ‘총선용 선전·선동’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선 무리하게 특검을 강행처리하려 하지말고 국회에서 여당과 합의해 총선 이후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