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해가 진다.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예전에 가졌던 꿈이나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기억나지 않는다… 전쟁 중엔 단 하나의 목표만 있다. 살아남는 것. 힘들고 어려웠던 모든 일이 사소해진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숨이 걱정되고, 일상은 ‘쾅’ 하는 소리에 망가지고 만다.’

12세 우크라이나 소녀가 쓴 일기가 언론에 공개돼 세계인들을 숙연케 했다.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폭탄, 죽음의 공포 속에 살고 있는 소녀는 전쟁 종식을 간절히 호소했다. 소녀가 사랑했던 멋지고 아름다운 공원, 가정의 행복은 사라지고 절망만이 앞에 가로놓여 있다고 했다.

아, 세계는 지금 고통스러운 우크라이나를 잊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와의 돌발적인 전쟁으로 잊혀가고 있는 것이다.

‘침략자의 말로는 비극’이라는 등식도 깨진 것인가. 21세기 들어 한 국가가 인근 주권 국가에 정규군을 동원하여 쳐들어가는 침략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러시아 푸틴은 수십만명의 인명을 살상하면서 아직도 승산이 모호한 전쟁을 그만두지 못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전쟁은 언제나 비극’이라고 개탄했다고 한다. 이쯤이면 야누스의 얼굴이다. 포탄이 모자라자 얼마 전에는 북한에 긴급 요청하여 전쟁터에서 불발탄까지 터졌다는 해프닝 보도도 있었다.

지난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지역을 선전포고도 없이 기습 공격했다. 반격에 나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인 가자 지구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을 감행했다. 바닷물까지 끌어들여 하마스 소탕전을 개시했다.

이로 인해 양측 간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이스라엘 측 사상자는 약 1200명, 인질은 약 240명, 가자 지구에서는 주민 약 1만 1078명이 사망했고 그 가운데 약 4500명 이상이 어린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가자지구는 지금 ‘창살 없는 감옥’이라고 불린다. 4000년 고도이며 구약성경에서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자는 참담한 살육의 현장으로 변했다. 이스라엘-하마스는 자제력을 잃고 모두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의 케테 콜비츠(1867∼1945)는 반전 여류 작가였다. 그녀의 판화작품은 어두운 색조의 흑백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둡고 참담한 전쟁을 비유한 것이다. 작가는 주로 ‘어머니’로서 전쟁의 참화를 겪는 사람들의 고통을 다뤘다. ‘독일 아이들이 굶고 있다(1924년작)’에서는 ‘세상 모든 자식을 감싸 안는 어머니’의 시선으로 전쟁을 묘사했다고 한다. 1924년에 완성한 ‘전쟁은 이제 그만’이란 판화를 통해 세계인들의 울분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오늘날 인류는 ‘전쟁 종식’을 화두로 삼아야 한다. 절망 속에 하루하루를 견디는 우크라이나의 선량한 국민들, 지옥으로 치닫고 있는 가자지구에 평화가 와야 한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해답은 ‘전쟁방지 국제법’의 완성이 아닌가 싶다.

민간 평화 NGO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은 평화를 원하는 세계인들의 마음에 끊임없이 평화 복음을 전해주고 있다. 세계 각국이 이 운동 실천에 힘을 모을 때 참담한 전쟁의 비극은 사라진다.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위기에 놓여있는 한반도도 전쟁의 위기를 극복, 제2의 6.25 같은 동족상잔의 비극을 막을 수 있다.

오늘은 예수그리스도가 탄생한 성탄절. 성경은 이날에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려 함’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며 죄인을 부르러 왔다’고 했다.

성탄절을 맞아 전쟁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절망에서 벗어나길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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