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한동훈이 등장하자 그가 가는 곳마다 구름 인파가 몰린다. 그동안 대전, 대구, 광주와 충북을 찾아 열기를 몰고 다녔다. 그는 새해 첫날 국립 서울현충원을 참배, 헌화·분향한 뒤 방명록에 ‘동료 시민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 가겠다’라고 적었다. ‘국민’이 아니고 ‘시민’이라고 적은 것이 인상적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평가한 국내 유력 대중매체는 그의 부상과 장점을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서울법대 출신 엘리트 검사 ▲검찰 내 천재로 불릴 정도의 명석한 두뇌 ▲유복하게 자란 강남 8학군 출신 ▲세련된 이미지 등 인기 정치인의 조건, 특히 보수 진영에서 선호할 조건은 모두 갖췄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인지도와 대중성도 확보했으며 보수 정치인들에게 부족했던 팬덤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식상한 정치를 끝내줄 새로운 지도자의 출현을 보수 유권의식은 갈망하고 있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경력상의 장점과 가치 외에도 정치적으로 전투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그를 대권 주자 급으로 성장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아이러니하게도 한 위원장을 정치적 스타로 키운 것은 민주당 의원들이다.

민주당 의원들과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질의응답에서 한 위원장은 받아치기 화술로 주목을 받았다. 법사위 상임위 때마다 정연한 논리로 야당 질의자들을 머쓱하게 했다. ‘한동훈과 대결하면 백전백패한다’는 유행어도 나왔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한 위원장의 약점을 지적하는 견해도 적지 않다. 지나친 엘리트적 이미지는 오히려 국민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에 대한 경험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약점이다. 정치는 전문적인 영역이며, 정치 현안들을 슬기롭게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즉 경험과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데 똑똑하고 원리·원칙 이미지로만 되겠느냐는 것이다.

한 위원장의 중요한 정치적 과제는 바로 혁신적 정치문화 조성과 세대교체다. 그는 “이념에 매몰돼 있지 않은 신세대 정치인이 한국의 새 정치문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극단적인 갈등과 혐오 정서는 전염성이 크기 때문에 국민의힘은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세대교체는 반드시 이뤄져야 할 한국 정치의 숙제다. 그러나 우리 역사를 상고하면 급속한 교체나 개혁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한 위원장이 무리수를 쓴다면 당내 저항은 격화될 것이며 앞으로 다가오는 총선기상도에 어떤 악재로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지금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중심으로 태동 중인 신당은 여권인사 10여명이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실지 이들이 신당을 만들고 각각 후보를 낸다면 결국 여권 표를 분산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오는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거야를 이기고 다수당으로 지위를 차지할 수 있을까. 이런 책임이 한 위원장에 부여된 짐이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민생이다. 여당의 텃밭인 경남, 경북에서도 불만이 팽배하다는 여론이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 민생에 좋아진 것이 없다는 정서가 팽배하다. 국제 금리 인상, 소상공인과 건설업의 부진, 정부의 긴축정책 등 요인이 있지만 경제빈곤의 여파가 앞으로 총선에서 어떤 결과로 나올지 예측불허다.

경제문제로 고통받는 시민들을 위한 해결에 총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구정치나 신 개혁 정치나 민생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그것이 바로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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