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당의 현 상황을 야구에 빗댔다. “9회 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면 원하는 공이 들어오지 않았어도, 스트라이크인지 애매해도 후회 없이 휘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자신을 절체절명의 순간인 9회 말 투아웃에서 나오는 대타 상황에 비유한 것이다.

지금 국민의힘은 벼랑 끝에 몰려있다. 내년 총선에서 서울 49개 지역구 중 6곳을 빼곤 전패한다는 관측이 당 내부에서 나올 지경에 이르렀다. 10.11 강서구청장 보선에서 참패한 이후 대대적 쇄신을 다짐하며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혁신위는 빈손으로 조기 종료됐고 여당의 지지율은 더욱 빠졌다. 김기현 전 대표가 취임한 지 열 달도 안돼 사퇴한 것도 내년 총선 전망이 어두웠기 때문이었다.

26일 당무를 시작할 한 지명자는 총선이 초읽기에 들어간 절박한 위기 상황에서 집권당의 당 대표 역할을 해내야 한다. 그는 최근 차기 대통령 선호도 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오차범위 안에서 앞섰다. 오랜 지지율 침체와 당 지휘 체계의 혼돈이 겹친 여당을 추슬러 총선을 준비해야하는 그에게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한 지명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역대 최연소 검사장이었다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충돌하면서 좌천을 거듭했다.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연구위원, 진천분원 연구위원 등을 거쳐야 했다. 그러다 대선 후 예상됐던 지검장 등이 아닌 법무부 장관으로 파격 발탁됐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법무부 수장으로서 한 전 장관은 21년 강골 검사의 꼿꼿한 이미지에 순발력 있는 말솜씨, 빼어난 패션감각 등으로 기존 정치권과는 다른 참신한 매력을 보여줬다.

한 지명자의 성패는 등 돌린 중도 외연 확장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첫 숙제는 비대위원 구성이다. 그는 ‘탈이념’ ‘중도 확장성’에 초점을 둬 586 운동권 세력이 주축이 된 더불어민주당에 맞서 70·80·90년대생으로 구성된 비대위원을 구성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명자는 법무부 장관 시절 “여의도 300명의 화법은 여의도 사투리”라며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 또는 혐오에 가까운 인식을 숨기지 않았다. 말대로 비정치인 출신이고 여의도 문법을 모르기에 국민 눈높이에서 과감하게 당 개혁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윤석열 아바타’라는 비난에 대해선 “누구도 맹종한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제 자신의 말이 사실임을 한 지명자는 성과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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