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초선 홍성국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는 지금까지 6명 의원(우상호·오영환·박병석·강민정·홍성국·이탄희)이 불출마 의사를 밝혔는데 이 중 4명이 초선이다. 초선 의원들이 잇따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이유는 주로 우리 정치의 후진적 행태에 좌절했기 때문이다.

홍 의원은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4년간 나름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 사회를 바꿔보려 노력했지만 후진적 정치 구조가 갖는 한계로 인해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때로는 객관적인 주장마저 당리당략을 이유로 폄하받기도 했다”며 “이런 한계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한 저는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 미래 비전을 만드는 미래학 연구자로 다시 돌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30년 경력의 증권맨 출신으로 증권사 사장을 지낸 경제 전문가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영입돼 전략공천을 받았지만 국회의원으로서 여야가 극렬 대립하는 정쟁화된 상황에서 한계를 느끼고 불출마 선언을 하게 된 것이다.

그가 국회에서 정쟁으로 허송세월을 보냈다고 자책한 부분은 경청할 만하다. 홍 의원은 “혁명 수준으로 바꿔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지난 4년간 우리 사회는 한 발짝도 미래로 나아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산적한 과제로는 사회 양극화 해소, 저출생·고령화, 기후변화, 산업구조 전환, 국민연금·건강보험 개혁 등을 들었다. 홍 의원은 “문제 제기를 국회에서 나가서 하는 게 낫다”며 “밖에 가면 몇천명짜리 강의도 한다. 여기 있기보다 나가서 사회 지도층에 그런 강의 한 번 하는 게 더 영양가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탄희 의원은 소수 정당의 국회 진출이 용이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하며 불출마 선언을 했다. 이 의원은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비례 의석을 지역구 의석과 연동해 배분하는 현행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와 위성정당 출현을 막는 방지법을 요구해왔는데 여야 간 합의가 안 되자 불출마를 선언하게 된 것이다. 그는 “내가 가진 것도, 가질 가능성이 있는 것도 다 내놓겠다. 선거법만 지켜달라”고 했다.

앞서 불출마를 밝힌 강민정 의원은 “국회의원은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이 아니다”며 기득권 정치를 비판했다. 소방관 출신의 오영환 의원은 민주당 초선 의원 중 가장 먼저 불출마 선언을 통해 “정치인으로 한계를 느끼고 국민을 위해 헌신하던 제가 있던 곳이자 제가 있어야 할 곳, 저의 소망이자 사명인 국민 곁의 소방관으로 다시 돌아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재선 포기는 후진 정치에 대한 한계와 실망, 그리고 의원으로서 제대로 일하지 못한 무기력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온 것이다. 홍 의원의 경우 당 일각에서는 경제 전문가이자 시장 논리에 밝은 그가 민주당의 반시장적이고 포퓰리즘 일변도 정책에 실망해 불출마 결정을 내렸다는 말도 나왔다.

국회가 자리 보전에만 연연한 기득권 의원들로 구성되면 국민들의 정치 불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은 초선 의원들의 불출마 이유를 잘 새겨야 할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