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이 11일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지난 9월 김명수 전 대법원장 퇴임 이후 자리가 공석이 된 지 77일 만이다.

김명수 전임 대법원장의 임기가 지난 9월 24일 끝났지만, 후임자를 구하지 못해 선임대법관이 그간 권한대행을 맡아 사법부를 운영해 왔다. 김 전 대법원장 후임으로 지명됐던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재산 신고 누락 의혹과 여야 대치 속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서 낙마했다. 조 대법원장이 지난달 8일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 유남석 전 헌법재판소장이 퇴임하면서 한 달가량 양대 최고 사법기관의 수장이 모두 자리를 비우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조 대법원장이 사법부를 이끌게 되면서 당면한 과제들이 어떻게 해결될지 주목된다. 조 대법원장은 취임사에서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는데도 법원이 이를 지키지 못해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강조했다. 이같이 말한 것은 전임 김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 시스템이 크게 훼손됐기 때문일 것이다.

김명수 사법부 6년동안 판사들의 정치적 편향과 재판 지연으로 사법 불신이 심화됐다. 김 전 대법원장은 자신이 회장을 지낸 우리법·인권법 출신 판사들을 요직에 앉히고 문재인 정권에 불리한 판결을 내린 판사들은 한직으로 보냈다. 대법원은 대법관 14명 중 7명을 우리법·인권법·민변 출신으로 채웠다. 여기에 문 정권 편에 선 판사들은 재판 지연을 벌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윤미향 의원 재판은 1심 판결까지 각각 3년 2개월, 2년 5개월이 걸렸다. 송철호 전 울산시장 재판은 우리법 출신 판사가 15개월간 본안 심리를 아예 진행하지 않아 1심 유죄 판결이 3년 10개월만에 나왔다.

사법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재판 평균 처리 기간이 민사 본안의 경우 245일에서 420일, 형사 공판은 158일에서 223일로 증가했다. 형사 단독사건(1심) 접수 후 첫 기일까지의 기간도 41일에서 84일로 늘었다. 민사 1심 판결이 나오는 데 2년이 넘는 경우도 2016년 2142건에서 지난해 7744건으로 급증했다. 송철호 전 울산시장 등은 판결이 지체되는 사이 임기를 다 채웠다.

사법 행정도 많이 훼손됐다. 김 전 대법원장은 고법 부장 판사 승진제를 폐지하고, 판사들이 법원장을 투표로 뽑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도입했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장들은 판사들 눈치를 보느라 판사들의 인사 평정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동안 국민의 기본권이 침식당했다. 재판 장기화로 범죄 피해자의 회복이 늦어지고, 재산권 같은 개인의 권리가 위협받았다. 뒤늦은 판결로 적기에 대응하지 못한 기업이 문을 닫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보장하는 것은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권리이다. 조 대법원장은 무너진 사법 신뢰를 회복시켜야 한다. 사법부가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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