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1000만 관객 돌파를 향해 인기몰이를 이어가자 정치권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전두환 전 대통령과 신군부에 비유하며 정부와 여당 때리기에 나서고 있고, 국민의힘은 야당이 군부독재의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려 한다며 반격하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의 자랑스러운 민주주의 역사는 순풍에 돛을 단 유람선처럼 오지 않았다. 어느 곳 하나 성한 데 없는 상처투성이의 모습으로 수많은 주권자의 피를 먹으며 자라났다”고 적었다. 이 대표는 “44년 전 오늘, 독재의 군홧발이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짓밟았다”며 “나라를 지켜야 할 총칼로 국민에게 부여된 권력을 찬탈했다”고 설명했다. 김용민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하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것”이라는 주장까지 서슴치 않았다.

국민의힘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겸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서울의봄’을 이용해 정치 공세를 펼치는 것은 대중영화를 정치권의 선전 영화로 변질시키는 것”이라고 되받아쳤다. 윤 권한대행은 “12.12 사태를 일으킨 하나회를 척결한 것도 우리 당이 뿌리인 문민정부였다”며 “민주당은 언제까지 과거에 매달려 국민을 선동하고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아가는 길에 훼방을 놓을 것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태경 의원은 “‘서울의 봄’ 전두광과 ‘아수라’의 안남시장은 이재명과 쌍둥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의 봄’은 엄연한 픽션이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더라도 상상력이 가미된 이야기일 뿐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의 반응이 유별난 이유는 분명하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공격할 수 있는 소재로 보기 때문이다. 총선을 넉 달 앞둔 민주당 인사들은 전두환과 하나회, 신군부의 군사 쿠데타를 다룬 영화가 큰 성공을 거두는 것이 자신들에게 정치적 이득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20‧30대 관객이 ‘서울의 봄’에 호응하고 있는 20·30대 관객이 여당에 대해 좋지 않은 여론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좌편향’된 영화계가 보수 세력을 음해하는 영화를 제작했다고 본다.

대중영화 한 편을 두고 국민을 선동하고, 표를 얻어보려는 정치권 행태는 한심할 따름이다. 정치권은 영화에 대한 해석은 관객에게 맡기고 남 탓하지 말고 예산안과 민생법안 처리에 전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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