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국빈 방문 일정 마치고 파리行
한영 정상회담서 ‘다우닝가 합의’ 채택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
MOU 37건 체결… 2700억 계약도

영국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프랑스 파리로 향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출국에 앞서 런던 버킹엄궁을 찾아 찰스 3세 국왕과 작별인사를 하며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커밀라 영국 왕비, 찰스3세 영국 국왕,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출처: 뉴시스)
영국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프랑스 파리로 향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출국에 앞서 런던 버킹엄궁을 찾아 찰스 3세 국왕과 작별인사를 하며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커밀라 영국 왕비, 찰스3세 영국 국왕,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3박 4일간의 영국 국빈일정을 모두 마무리하고 두 번째 순방지인 프랑스 파리로 향한다. 찰스 3세 국왕 즉위식 후 첫 국빈을 맞이한 영국은 최고 수준의 예우로 윤 대통령을 환영했고, 양국 관계는 최고 수준 협력 관계인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Global Strategic Partnership)’로 격상됐다.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이날 영국 왕실 전용 차량인 벤틀리 스테이트 리무진을 타고 런던 버킹엄궁에 도착해 찰스 3세 국왕과 커밀라 왕비, 왕실 인사들과 만나 작별 인사를 한 뒤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윤 대통령은 파리에서 2박 3일간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 막판 총력전을 펼칠 예정이다.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아 지난 5월 대관식을 치른 찰스 3세 국왕이 초청한 첫 국빈인 윤 대통령은 영국 방문 기간 동안 국방·안보, 경제, 첨단 과학기술, 지속 가능 개발, 인적 교류 등 분야에서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을 포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20일 런던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첫 일정으로 동포간담회를 가진 뒤 21일부터 본격적인 국빈 방문 일정에 돌입했다.

특히 역사와 전통있는 의전을 자랑하는 영국은 찰스 국왕 대관식 후 첫 국빈을 맞이해 윤 대통령 부부를 최고 수준으로 예우했다.

윌리엄 왕세자 부부가 직접 윤 대통령 부부의 숙소로 찾아와 마중했다.

윤 대통령은 왕실 전용 의전차량이자 세계에서 단 2대밖에 없는 벤틀리 스테이트 리무진을 타고 공식환영식장인 호스가즈(Horse Guards) 광장로 향했고, 왕실 근위대는 예포 41발을 발사했다.

윤 대통령은 찰스 국왕과 함께 영국 왕실의 상징인 ‘황금마차’를 타고 버킹엄궁까지 이동했다

21일에는 공식환영식, 국왕 주최 환영 오·만찬, 참전기념비 헌화, 무명 용사의 묘 헌화, 의회 연설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일정 중엔 이번 순방의 화두 중 하나로 떠오른 K-컬쳐가 주목받았다. 윤 대통령은 21일 윤 대통령은 웨스트민스터 의회 로열 갤러리에서 열린 연설에서 “영국이 비틀스, 퀸, 해리 포터,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을 가지고 있다면 한국은 BTS, 블랙핑크, 오징어 게임, 그리고 손흥민의 오른발이 있다”고 소개했다.

찰스 국왕은 같은 날 버킹엄궁 볼룸에서 개최된 국빈만찬에서 “영국에 대니 보일이 있다면 한국에는 봉준호가 있고, 제임스 본드에는 오징어 게임이 있으며, 비틀스의 ‘렛잇비’에는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있다”며 “불행히도 저는 세종대왕의 뒤를 따라 완전히 새로운 알파벳을 만들어 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찰스 3세 국왕은 환경의 지속성을 강조해 온 가수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 지수, 리사, 로제를 한 명씩 호명하며 “세계적인 슈퍼스타이면서도 어떻게 이렇게 중요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감탄할 뿐”이라고 극찬했다.

아울러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1999년 국빈방한 당시 안동을 방문한 일화를 언급하며 윤동주 시인의 ‘바람이 불어’ 중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라는 시구절을 인용했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영국 총리 관저에서 리시 수낵 총리와 환담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영국 총리 관저에서 리시 수낵 총리와 환담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2일에는 윤 대통령과 리시 수낵 총리의 정상회담을 통해 ‘다우닝가(街) 합의(Downing Street Accord, DSA)’가 있었다. 이를 통해 서명, 국방, 안보, 방위산업(방산), 원자력발전(원전), 과학기술, 바이오, 우주, 반도체 등 전방위 분야에서 협력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은 우선 ‘외교·국방 장관급 2+2 회의’를 신설해 주요 지역과 국제정세에 관한 협의를 강화하기로 했다. 우리나라가 ‘외교·국방 2+2 장관급 회의’를 설치한 것은 미국, 호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또, 양국 군대 간 상호 운용성을 높이기 위해 합동훈련을 실시하고 해양안보 관련 정보를 공유키로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이행을 위한 해양 공동 순찰도 시행한다. 여기에 ‘방위력 협력 파트너십 의향서’, ‘방산 공동수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방산 분야 협력도 새로운 수준으로 발전시키기로 뜻을 모았다.

윤 대통령과 수낵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규탄하며 명백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국제사회에 대한 도발임을 확인했다. 양 정상은 또, 국제사회와 함께 이를 규탄하고 공동 대처에 나서기로 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현지 브리핑에서 “전략적 사이버 파트너십은 양국 정상 차원에서 채택한 최초의 사이버 협력”이라며 “미국에 이어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5개국 정보기관 공동체)’ 국가와 사이버 안보 협력 네트워크 구축 가교가 마련된 것”이라고 했다.

과학기술 분야에선 ▲디지털 파트너십·반도체 협력 프레임워크·우주협력 MOU 체결▲양자기술·합성생물학 분야 협력 ▲차기 '미니 화상 인공지능(AI) 안전성 정상회의' 공동 개최 등 AI 분야 협력 등이 포함됐다.

무역·투자 분야에선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 개시 선언 ▲한영 경제금융 대화체 설치 ▲한영 상호 투자 협력 채널 구축 ▲한영 공급망 대회 개최 ▲한영 세관상호지원협정 체결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미래 분야에선 ▲청정에너지 파트너십·해상풍력 MOU 체결 ▲원전분야 광범위한 협력 ▲탄소저감장치가 없는 석탄발전소 단계적 폐지 ▲2050 탄소중립 달성 협력 ▲전략적 개발 파트너십 체결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재정기여 증대 등에 합의했다.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폐기, 러북 간 무기 거래 반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규탄,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 관련 민간인 보호·인도적 지원·확전 방지 노력 강조 등 글로벌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입장도 담겼다.

아울러 양국은 청년 간 인적 유대를 증진시키기 위한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는데, 2024년부터 한영 워킹홀리데이 참가자 연령 상한을 30세에서 35세로 상향 조정하고, 대상 인원도 1000명에서 5000명 규모로 확대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한영 비즈니스 포럼, 한영 최고과학자 과학기술미래 포럼, 마이클 마이넬리 런던금융특구 시장 주최 만찬 등 경제 일정도 소화했다.

특히 이번 한영 비즈니스 포럼 계기로 양국 정부 간에는 ▲한영 FTA 개선 협상 개시 공동선언문 ▲반도체 협력 MOU ▲청정에너지 파트너십 ▲원전 협력 MOU ▲해상풍력 MOU ▲방산 공동수출 MOU 등 6건이 체결됐다. 기업·기관 간에는 에너지·AI·방산 등 분야에서 31건의 MOU가 체결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효성중공업·경동나비엔 등은 영국 기업과 약 27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고, 양국 정부 및 기업·기관 간에 9건의 원전 협력 MOU가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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