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 52시간제를 일부 업종에 한해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고, 세부 방안은 추후 노사정 대화를 통해 구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근로시간 관련 설문조사’ 결과는 현행 주 52시간제를 더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는 광범위한 공감을 확인시켰다. 국민 절반 이상(54.9%)이 경직된 주 52시간제가 ‘업종·직종별 다양한 수요 반영을 저해한다’고 응답했다. 주 단위 연장근로 통제로 어려움을 겪은 기업 두 곳 중 한 곳이 수주 포기(30.6%), 법·규정 무시(17.3%) 같은 변칙적인 방식으로 대처한다는 실태도 드러났다.

정부는 올 3월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주 단위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유연화하는 개편안을 발표한 뒤 8개월 만에 보완작업을 통해 근로시간 유연화를 전체가 아니라 ‘일부 업종·직종’에 한해서만 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근로시간 전면 개편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현재로선 제조업, 생산직 등에 한해 ‘주 최대 60시간 이내’로 근로시간 제도를 유연화하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설문조사에서 연장근로 시간 확대가 필요한 업종으로 제조업, 직종은 ‘설치·장비·생산직’이 가장 많이 꼽혔다고 한다.

또 연장근로 시간 확대 시 상한 근로시간으로 ‘주 60시간 이내’를 택한 경우가 근로자 75.3%, 사업주 74.7%로 가장 많았다. 노동부는 설문 결과를 반영해 일부 업종과 직종에 대해 노사가 원하는 경우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세부 방안은 추후 노사정 대화를 통해 구체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어떤 업종과 직종을 선택할지를 두고 공론화 과정을 거치기로 한 것은 또 다른 논란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거대 야당에 맥없이 끌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개편은 연장근로를 강제하는 것이 아닌 자율 선택권으로 이뤄지는 만큼 필요성에 공감하는 노사가 자유롭게 채택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 복귀를 선언한 만큼 야당도 달라져야 한다. 3월 근로시간 개편안 발표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노동자 삶을 통째로 갈아 넣으라는 법”이라고 비판했으며, 정의당도 “노동자 죽이는 개편안”이라며 폐기를 주장했다.

근로시간 문제는 전 국민이 이해당사자라고 할 정도로 관련되는 사람들이 많고 이해관계도 복잡한 사안이다. 근로시간 유연화는 그야말로 민생 차원의 과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노사정 대화를 비롯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충분하고도 깊이 있는 논의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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