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러시아가 잇달아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 관련 군축 합의를 깨면서 강대국들이 무한 군비경쟁에 돌입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와 나토는 지난 7일 유럽재래식무기감축(CFE) 조약 탈퇴와 효력 중단을 각각 발표했다. CFE 조약은 지난 1990년 냉전 시대의 라이벌인 나토와 소련 주도의 바르샤바조약기구가 상호 국경 근처에 군사력과 장비를 구축하는 것을 막기 위해 체결됐다. 이에 각자 재래식 무기 보유 목록과 수량을 제한해왔다.

러시아는 최근 핀란드와 스웨덴 등 미국의 나토 확대 추진이 미국의 동맹국들로 조약 상 제한을 회피할 수 있게 했다고 언급하며 CFE 탈퇴를 선언했다. 이어 미국과 나토는 러시아의 탈퇴를 이유로 이 조약에 대한 참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날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가 CFE에서 탈퇴하고 CFE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전쟁이 계속되면서 상황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며 다음 달 7일부터 CFE 의무 이행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이 러시아 핑계로 군축 조약을 파기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트럼프 정부 당시에도 러시아가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다며 사거리 550㎞ 이상 핵미사일 배치를 금지한 중거리핵전력조약(INF) 참여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러시아는 올해 미국과의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에 참여 중단을 선언하고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도 비준을 철회했다.

이처럼 각종 군축 조약이 줄줄이 파기되는 상황은 심히 우려스럽다. 특히 미국과 러시아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상임이사국인 강대국들은 세계 평화와 안전의 유지라는 최우선적인 책임이 있음에도 군비·핵 야욕에 눈이 먼 듯하다. 냉전이 끝날 때 했던 약속들은 도루묵이 되면서 다시 세계가 30여년 전의 야생의 시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상황은 한반도 안보에도 악재다. 규칙을 만든 국가들이 먼저 이를 파기하니, 북한은 핵개발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 중국 역시 옆에서 핵 보유량을 꾸준히 늘리는 양상이다.

국제사회와 기구들은 강대국들의 핵개발에 대해 면밀히 감시하고 간섭해야 한다. 더불어 핵무기 통제에 대한 논의도 지속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갈수록 과열되는 군비경쟁 속 안보를 강화할 현명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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