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공석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에 조희대 전 대법관을 지명했다. 지난달 6일 이균용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지 33일 만이다.

대통령실은 “원칙과 정의, 상식에 기반해 사법부를 이끌어나가며 사법부 신뢰를 신속하게 회복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조 후보자는 2027년 6월 정년(70세)이 돼 임명되더라도 임기 6년을 채우지 못하고 3년 반 만에 퇴임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후보로 지명한 것은 공백 사태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임명권자의 고심이 반영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35년 만에 처음으로 최고 수장의 공백 상태를 맞은 대법원은 현재 안철상 선임 대법관의 권한대행 체제로 파행 운용되고 있다. 상고심 심리에 차질을 빚고 있고 전원합의체 선고도 이뤄지지 않는 상태다. 두 명의 대법관이 내년 1월 퇴임하는데도 대법원장 임명이 늦어져 후임 대법관 인선도 미뤄지고 있다. 

게다가 10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퇴임하면 대법원과 헌재가 동시에 수장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은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재판 절차가 차질을 빚으며 중요 판결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사법부는 전임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 재판 지연과 특정 정치 상황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판결로 국민적 신뢰를 잃으며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를 정상화하기 위해선 대법원장 임명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

조 후보자는 9일  대법원장 대행을 맡고 있는 안철상 선임대법관을 면담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를 찾은 자리에서 “한평생 법관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좌우에 치우치지 않고 항상 중도의 길을 걷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자주 내 ‘미스터 소수 의견’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2018년 11월 양심적 병역거부를 조건부로 인정한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양심의 자유가 병역의 의무에 우선할 수 없다. 헌법은 국방의 의무에 대한 일체의 예외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2020년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상고심에서는 무죄 취지 의견을 내며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2020년 3월 대법관을 퇴임한 조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당시 영리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약속을 지켜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활동해왔다.

조 후보자는 과거 대법관이 될 때 국회 재적 의원 234명 중 230명의 찬성표를 받았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균용 후보자를 당론으로 정해 인준 부결을 밀어붙였던 민주당은 조 후보자에 대해선 반대할 명분이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사법부 수장의 공백 사태가 국민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조 후보자의 인준 절차를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 국회가 철저히 검증을 해야 하지만 초유의 사법 공백이 더 길어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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