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매년 마스터스 시즌이면 대회장인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은 초록색(그린 컬러)으로 단장한다.

골프장은 말할 것도 없고 대회 로고, 치장물 등이 온통 초록색이다. 선수들과 함께 나서는 캐디들도 ‘흰색 점프수트’에 초록색 모자를 쓰고, 대회 로고를 가슴에 달고 나온다. 전 대회 우승자가 대회 우승자에게 그린 재킷을 입히는 것을 전통으로 한다. 미국의 찰리 호프만 같은 선수는 장갑, 모자 등 초록색깔로 통일하는 패션으로 마스터스에 출전해 이목을 집중시킨다.

마스터스에서 초록색을 강조하는 것은 골프 자체의 ‘색채’가 그린 컬러이기 때문이다. 마스터스는 4대 메이저 대회 가운데 가장 먼저 초록색을 ‘전매 특허’처럼 사용하면서 대회 상징성을 만드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마스터스에서 그린 컬러가 자리를 잡게 됨에 따라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남녀 프로골프대회에서 이 색을 많이 채택하게 됐다. 또 우승자에게 그린 재킷을 입히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골프 대회에서도 마스터스를 방불케 하는 그린색으로 수놓은 대회가 탄생해 눈길을 끌고 있다. 12일부터 전라북도 익산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KLPGA 투어 2023 동부건설 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이 바로 그것이다. 이 대회는 대회 로고, 대회 현수막 등을 ‘암록색(다크 그린)’으로 치장했다. 3년 전 창설된 이 대회는 올해부터 대회 자체 색깔로 다크 그린색으로 정했다고 한다. KLPGA 대회 가운데 대회 자체 색깔을 공식적으로 표방한 것은 이 대회가 처음이 아닐까 싶다.

대회 스폰서인 동부건설과 한국토지신탁은 KLPGA 대회 가운데 이 대회를 차별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올해부터 대회 컬러로 다크 그린을 선정했다. 이 대회를 익산시를 홍보하는 최대 명물로 알리기 위해 여러 색깔을 검토한 결과, 다크 그린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크 그린은 골프장에서 쉽게 보는 그린 컬러를 좀 더 강하게 표현한 색이다. 이 색상은 육체적·정신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효과를 낸다고 한다.

이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도 다크 그린에 대해 호감을 갖는다. 지난해 대회 우승자 이가영, 올해 3승을 올린 이예원, 올해 메이저 대회인 한화클래식 챔피언 김수지, 대회 주최사인 동부건설과 한국토지신탁 간판 선수인 박지영 등은 처음 채택한 대회 색깔에 만족해하는 모습이다. 이들 선수들은 그린 컬러가 비교적 편안한 느낌을 주고 골프장과도 잘 어울린다고 했다.

대회를 주관하는 ㈜리앤에스 스포츠 이재명 대표이사는 “우리나라도 미국 마스터스와 같이 상징적인 색깔을 갖는 대회가 필요하다”며 “이번에 처음으로 시도한 다크 그린 색깔을 이 대회의 고유색으로 삼아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회가 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KLPGA 대회들은 대회 스폰서에 따라 다양한 색상을 많이 사용했다. 화장품 회사가 후원하는 에버콜라겐·더시에나 퀸즈 크라운 대회는 분홍색을 주로 내세워 아름다움을 강조했고, 롯데오픈은 스폰서 회사 색깔인 빨간색을 선택해 회사 이미지를 알렸다. 하나금융챔피언십은 그룹 심볼인 그린색을 대회 색상으로 삼아 운영하고 있다. 이들 대회는 골프 대회의 개성과 회사 정체성 등을 고려해 어울리는 색을 선택한 것이다. 앞으로 KLPGA 대회들은 여러 다양한 색상을 내세워 골프 대회 역사성과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2023 동부건설 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은 미국 마스터스와 같이 그린 컬러라는 대회 색깔을 공식 표방함으로써 골프 대회 색상 경쟁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이게 된 셈이다. 골프팬들은 선수들의 수준 높은 경기력과 함께 눈을 즐겁게 해주는 대회 색상을 보며 골프의 매력과 묘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