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한국 유도의 전설’ 하형주(61)가 최근 군 전문 인기 유튜브 채널인 예비역 육군 소장 고성균 장군의 ‘장군! 멍군!’에 출연해서 인터뷰를 갖는 모습을 봤다.

얼마 전 국민체육진흥공단 상임감사에 취임한 하형주 동아대 교수는 유튜브 방송에서 체육병례문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진솔하게 밝혔다.

지난 10월 초 끝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축구와 야구 등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금메달을 획득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의 긍지와 사기를 높여줘 고마웠지만 내심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금메달을 획득한 일부 선수들이 금메달 그 자체보다 병역특례와 연금 등 금메달에 따른 보상에 더 관심을 갖는 모습에 안타까웠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운동하는 선수는 뭔가를 바라기보다는 혹독한 훈련을 통해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며 금메달이라는 값진 성적을 가치로 삼는 것이 먼저다”며 “병역특례 등 보상을 먼저 생각하고 운동을 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가 37년 전인 1984년 LA올림픽에서 유도 금메달을 획득할 때나,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각종 금메달을 차지할 때나 금메달리스트에게 부여하는 병역특례제도는 변함이 없다. 그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할 때, 우리나라 스포츠는 국제 경쟁력이 지금보다 훨씬 뒤처져 있었다.

당시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레슬링 양정모가 건국 이후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뒤 소련 등 공산진영이 불참한 LA올림픽에서 레슬링, 유도, 복싱, 양궁 등에서 금메달을 본격 수확하기 시작했다. 아시안게임 등에서도 대부분의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게 결코 만만치 않았다.

병역특례제는 병역의무를 가진 사람 중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병역 대신 연구기관이나 산업체에서 전문연구요원과 산업기능요원으로 일정기간 대체복무할 경우 병역의무를 다한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이다. 국제대회에서 입상한 운동선수들에게 병역특례를 주는 병역법이 최초로 시행된 것은 1973년으로, 1990년부터는 올림픽 3위 이내와 아시안게임 1위로 대상이 축소돼 지금에 이른다.

LA올림픽 금메달로 병역특례 혜택을 받은 하형주 교수는 “나는 원래 중학교 때 공부를 잘해서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가 국가를 지키는 군인으로 가 장군이 되고 싶었다”며 “하지만 고등학교 때 우연히 유도를 종교처럼 알게 돼 운명이 바뀌었다. 운동을 할 때도 수도승처럼 나 자신을 컨트롤 하면서 금메달을 최고 가치로 삼았다.

병역특례는 금메달을 딴 뒤 부수적으로 따라온 것이다”고 말했다. 그의 두 자녀 중 첫째 딸이 육사, 둘째 아들이 부산대 공대에서 ROTC를 각각 마치고 현재 나란히 육군 대위로 복무하고 있는 것도 군인이 되고 싶었던 자신의 학생 시절 꿈을 실현한 것 같다는 게 그의 얘기이다.

그는 체육병역특례에 대해 “세계적인 기량을 가진 운동선수들이 군 공백을 갖지 않고 더욱 발전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된다”며 “하지만 일부 선수들이 병역특례만을 생각하며 세속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한 일부 선수는 대표선수로 선발될 때부터 병역특례를 먼저 고려하고 실제 경기에서는 한 경기도 뛰지 않고 금메달을 획득해 혜택을 받는 이들을 지칭한다. “국가 안보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선수들도 마음대로 운동을 할 수 없다. 국가를 지키는 장병들의 노고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운동을 해야 한다”며 그는 엘리트 선수들이 올림픽 등에 출전할 때 병역특례의 가치를 교육시켜야 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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